
이미지: X — 프론티어랩
요약
- 클로드가 인간 전문가의 프롬프트 하나로 15개 표적 단백질 중 14개에 결합 분자를 자율 설계했다
-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가 독립 제작·검증한 결과 22~35%가 실제로 결합에 성공해 업계 평균 10~15%를 넘어섰다
- 앤트로픽은 이를 발판 삼아 항체부터 저분자화합물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 설계 성공 표적 수
- 15개 표적 중 14개에 결합 단백질 설계
- 검증 파트너
- Adaptyv Bio, Twist Bioscience (독립 제작·검증)
- 업계 평균 성공률
- 10~15%
- 클로드 설계 성공률
- 구성에 따라 22~35%
- 사용 모델
- Opus 4.8, Mythos Preview
- 대표 결합력 사례
- EGFR 1.7pM, VEGF-A 1.6pM, TREM2 1.1pM (Mythos Preview 설계)
- 생명과학 연구용 최상위 모델
- Opus 5
클로드가 설계한 단백질, 실험실에서 검증받다
앤트로픽(Anthropic)이 자사 모델 클로드(Claude)에게 신약 개발의 첫 관문인 '단백질 바인더 설계'를 맡기고 그 결과를 X 게시물을 통해 공개했다. 사람이 작성한 단백질 설계 프롬프트 하나로, 클로드는 15개 표적 단백질 중 14개에 대해 결합 가능한 새 단백질을 처음부터(de novo) 설계했다. 이렇게 나온 설계는 앤트로픽이 직접 검증하지 않았다. 제3의 실험실인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가 독립적으로 단백질을 합성하고 실제 결합 여부를 테스트했다.

단백질 바인더가 신약 개발의 첫 관문인 이유
약물 대부분은 몸속 특정 표적에 달라붙어 그 기능을 막거나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표적에 딱 맞게 달라붙는 분자를 설계하는 일이 신약 개발의 출발점인데, 지금까지는 표적 하나당 전문가가 몇 주에서 몇 달을 들여 수많은 후보를 걸러내야 했다. 단백질 바인더 설계는 실제 약물 설계보다는 쉬운 과제지만, AI가 이 단계를 얼마나 잘 해내는지를 가늠하는 유용한 시험대로 쓰인다. 지금 이 분야에서 사람이 설계한 바인더가 실제로 결합에 성공하는 비율은 대개 10~1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성공률로 보는 클로드의 설계 능력
앤트로픽이 공개한 수치에 따르면 클로드의 설계는 구성에 따라 22%에서 35% 사이의 성공률을 보였다. 15개 표적 전체를 합친 결과에서 Opus 4.8은 다중 표적 방식으로 390건 중 88건(약 22.6%), 프리뷰 모델인 Mythos Preview는 같은 방식으로 390건 중 104건(약 26.7%)이 결합에 성공했다. 표적 하나에 집중한 단일 표적 방식에서는 Mythos Preview가 450건 중 158건, 약 35.1%까지 성공률을 끌어올렸다.
| 구성 | 성공률 | 막대 |
|---|---|---|
| 업계 평균(기존 방식) | 10~15% | 12 |
| Opus 4.8 (다중 표적) | 22.6% | 23 |
| Mythos Preview (다중 표적) | 26.7% | 27 |
| Mythos Preview (단일 표적) | 35.1% | 35 |
표적별로 보면 편차가 컸다. TREM2는 세 가지 구성 모두 7683%에 달하는 높은 성공률을 보인 반면 15-PGDH나 MBP 같은 표적은 01% 수준에 머물렀다. 결합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Kd값(낮을수록 강하게 결합)에서도 Mythos Preview가 설계한 EGFR 결합체는 1.7pM, VEGF-A는 1.6pM, TREM2는 1.1pM을 기록해 기존에 발표된 최고 성능의 de novo 바인더보다 여러 배 강하게 결합한 사례도 나왔다.
아직 넘어야 할 산
앤트로픽 스스로도 이 결과에 선을 그었다. 단백질 바인더는 약이 아니다. 표적에 강하게 달라붙는 분자를 만드는 건 약물 후보 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의 첫 단계일 뿐이고, 그 약물 후보가 사람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걸 입증하기까지는 훨씬 더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앤트로픽은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항체부터 저분자화합물까지 신약 개발 전 과정을 클로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하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자사의 가장 뛰어난 모델을 쓸 수 있는 접근 프로그램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으며, 생명과학 연구용으로는 Opus 5가 현재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은 실험 프롬프트와 데이터도 함께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에디터의 시선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성공률 수치 자체보다 '독립 검증'이라는 절차다. 앤트로픽이 자체적으로 결합률을 측정했다면 신뢰하기 어려웠을 결과지만, Adaptyv Bio와 Twist Bioscience라는 제3의 실험실이 직접 단백질을 합성하고 테스트했다는 점에서 이 수치는 실험실 바깥 검증을 거친 셈이다. AI 모델 회사가 자체 벤치마크로 우수성을 주장하는 일이 흔한 요즘, 생물학처럼 물리적 실험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서는 이런 외부 검증 절차가 신뢰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대 비교로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다. 표에 등장한 'Mythos Preview'라는 이름의 모델이 여러 표적에서 기존 Opus 4.8보다 높은 성공률과 더 강한 결합력을 보였다는 점이다. 아직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프리뷰 모델로 보이는데, 다음 세대 클로드가 생명과학 영역에서 어떤 성능을 보일지 가늠할 수 있는 단서로 읽힌다. AI 모델이 코딩이나 글쓰기를 넘어 실험실 워크플로에 붙는 사례를 계속 지켜보면, 매번 '사람이 몇 주 걸리던 일을 몇 시간으로 줄였다'는 식의 서사가 반복된다. 이번에도 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실무적으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가 당장 이 결과를 보고 AI로 신약 후보를 뽑아내겠다고 나서는 건 이르다. 단백질 바인더 설계는 신약 개발의 수십 단계 중 첫 단계에 불과하고, 안전성·효능 검증까지 가려면 이번 실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비용이 든다. 지금 시점에서 실무진이 할 수 있는 건 이런 AI 설계 파이프라인을 초기 후보 물질 스크리닝 단계에 보조 도구로 검토하는 정도이지, 전체 프로세스를 대체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몇 달 안에는 앤트로픽이 예고한 과학자용 접근 프로그램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고, 항체·저분자화합물 등 다른 약물 유형으로 실험 범위를 넓힌 후속 결과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AI 모델 간 경쟁이 코딩·이미지 생성 못지않게 치열해지는 흐름을 이번 발표가 앞당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