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Google
노트북을 덮었다. 그런데 일은 계속 돌아간다.
구글이 지난달 30일 개인용 AI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Gemini Spark)'를 한국을 포함한 160개국 이상으로 넓혔다. 구글코리아는 같은 날부터 구글 AI 프로·울트라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를 순차 제공하고 있다.
스파크의 특징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내 기기가 아니라 구글 클라우드에서 돈다. 그래서 노트북을 닫아도, 휴대폰 화면을 꺼도 지시받은 작업이 이어진다.
비서에서 대행인으로
지금까지의 AI는 택시 기사에게 길을 묻는 것에 가까웠다. 좋은 답을 얻어도 운전은 내가 했다. 스파크는 열쇠를 넘겨받는 쪽이다. 구글은 이를 두고 질문에 답하던 조수가 "내 지시 아래 실제로 일을 하는 능동적 파트너"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제미나이 3.5 위에서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 하네스를 쓴다. 지메일·문서·슬라이드 같은 워크스페이스 도구와 깊게 붙어 있어, 자료가 있는 곳과 결과물을 만드는 곳이 한 울타리 안에 있다.
구글이 예로 든 쓰임새는 셋이다. 매달 카드 명세서를 자동으로 훑어 새로 붙은 구독료를 찾아내는 반복 작업, 아이 학교에서 오는 메일을 계속 확인해 마감만 뽑아 하루 한 번 요약해 보내는 학습형 작업, 그리고 메일과 채팅에 흩어진 회의 메모를 모아 문서로 정리하고 프로젝트 시작 메일 초안까지 쓰는 묶음 작업이다.
로그인한 채로 웹을 돌아다닌다
이번 업데이트의 진짜 알맹이는 크롬 연동이다. 이용자가 허락하면 스파크가 이미 로그인된 계정과 저장된 비밀번호를 그대로 써서 웹 심부름을 처리한다. 저장해 둔 집을 골라 방문 일정을 잡거나, 항공편을 조사해 예약 절차를 시작하는 식이다.
여기서 구글이 스스로 밝힌 방어선이 두 겹이다. 하나는 프롬프트 인젝션 차단 — 웹페이지에 숨겨 둔 문장이 AI에게 엉뚱한 명령을 내리는 공격을 막는다. 다른 하나는 결제처럼 민감한 단계에서 작업을 멈추고 사람에게 제어권을 돌려주는 것이다.
다만 크롬 자동 탐색은 미국부터다. 구글은 다른 지역 확대 계획만 언급했고, 디지털데일리에 따르면 국내 제공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2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
브라우저를 조작하는 AI의 출발점은 2024년 10월 앤트로픽의 '컴퓨터 유즈'였다. 화면을 이미지로 보고 커서를 움직여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었는데, 느리고 엉뚱한 곳을 클릭하기 일쑤인 실험이었다.
이후 흐름은 빨랐다. 오픈AI가 2025년 1월 예약·주문을 대신하는 '오퍼레이터'를 냈고, 같은 해 하반기에는 AI를 실제 브라우저 안에 넣는 단계로 넘어갔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인 크롬', 오픈AI의 자체 브라우저 '챗GPT 아틀라스'가 그것이다.
지금 세 회사의 전략은 갈렸다. 오픈AI는 아틀라스를 오는 9일 종료하고 브라우저 기능을 챗GPT와 코덱스로 흡수한다 — 새 브라우저를 보급하는 대신 챗GPT 하나에 다 모으는 쪽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코워크'로 길고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한다. 구글은 셋 중 유일하게 이미 사람들이 쓰고 있는 플랫폼 전체를 실행 환경으로 바꾸는 길을 골랐다.
구글만 가진 것
구글의 강점은 모델이 아니라 배치다. 정보를 찾는 검색, 메일과 문서를 다루는 워크스페이스, 웹을 여는 크롬, 손에 들린 안드로이드까지 전부 자기 것이다. 에이전트가 찾고, 판단하고, 실행하는 전 과정이 한 회사 울타리 안에서 끝난다.
바깥과의 연결도 늘리고 있다. 캔바·인스타카트·오픈테이블에 이어 드롭박스와 미국 부동산 플랫폼 질로가 연결 앱으로 붙었고, 외부 개발자가 만든 서비스를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 방식으로 잇는 기능도 지원한다.
제미나이 앱 자체의 덩치도 참고할 만하다. 구글은 지난 5월 I/O에서 매달 9억 명 이상이 230개국에서 70개 넘는 언어로 제미나이를 쓴다고 밝혔다. 스파크는 그 위에 얹히는 기능이다.
「에디터의 시선」
브라우저 에이전트를 여럿 써 보면 공통적으로 부딪히는 벽이 있다. 데모에서는 매끄럽던 것이 내 화면에서는 로그인 창 앞에서 멈춘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미 로그인돼 있음'이라는 상태가, AI에게는 넘기 어려운 문턱이었다.
스파크의 크롬 연동이 눈에 띄는 지점이 정확히 거기다. 새 브라우저를 깔게 하는 대신 이미 로그인된 내 크롬을 그대로 쓴다. 기술적 도약이라기보다 문턱을 없애는 배치의 문제인데, 실사용에서는 이런 쪽이 더 크게 갈린다.
동시에 이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저장된 비밀번호를 쓰는 AI에게 웹을 맡긴다는 건, 잘못됐을 때의 범위가 '엉뚱한 답을 받는 것'에서 '내 계정으로 뭔가 벌어지는 것'으로 넓어진다는 뜻이다. 구글이 프롬프트 인젝션 방어와 결제 단계 반환을 굳이 발표문에 적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 기능이 미국부터 나가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 더 중요한 변화는 따로 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검색 결과를 비교하고 사이트를 골랐다. 앞으로는 AI가 조건에 맞는 후보를 추리고 예약이나 구매에 쓸 서비스까지 정한다. 경쟁의 기준이 '검색 상단에 뜨는 것'에서 '에이전트에게 선택받는 것'으로 옮겨 간다.
그렇다면 지금 점검할 것은 하나다. 우리 서비스가 사람이 아닌 소프트웨어에게 읽히고 호출될 수 있는 상태인가. 정보가 이미지 안에만 있거나, 로그인 뒤 복잡한 절차에 묻혀 있으면 에이전트는 그냥 지나친다. MCP 같은 연결 규격이 왜 갑자기 중요해졌는지도 이 지점에서 설명된다.
한국은 이번에 접근권만 받았고 크롬 자동 탐색은 아직이다. 그 시차가 준비할 시간이라면, 모델을 따라 만드는 일보다 이용자 접점에서 우리 서비스가 에이전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먼저 들여다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