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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 LAB

Ox Alpha 정체는 GLM-5.3-Flash

일주일간 사용량 1위를 찍은 익명 모델이 Z.ai의 새 멀티모달 모델이었어요. 트래픽 전부가 중국산 AI 칩에서 서빙됐어요

이미지: Z.ai 공식 블로그

요약

  • Z.ai가 8월 26일 GLM-5 시리즈 첫 네이티브 멀티모달 모델 GLM-5.3-Flash를 MIT 라이선스로 공개했어요. 지난주 OpenRouter·OpenCode에서 사용량 1위에 오른 익명 모델 Ox Alpha가 이 모델이었죠.
  • 전체 320B 파라미터 중 토큰당 18B만 활성화하는 구조로,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 57점을 태스크당 0.045달러에 내요. API 정가는 입력 0.15달러·출력 0.50달러인데 9월 9일까지 반값이에요.
  • 일주일간 43조 토큰의 트래픽 전량이 중국산 AI 칩 클러스터에서 서빙됐고, Z.ai는 토큰당 원가가 주요 엔비디아 GPU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어요.
발표
2026년 8월 26일 · Z.ai 공식 블로그
모델
GLM-5.3-Flash · GLM-5 시리즈 첫 네이티브 멀티모달
규모
전체 320B · 활성 18B · 컨텍스트 100만 토큰
라이선스
MIT (Hugging Face 가중치 공개)
가격
입력 $0.15 · 출력 $0.50 /100만 토큰 (9월 9일까지 50% 할인)
스텔스 성적
OpenCode 주간 43조 토큰 1위 · 순사용자 49.7만 명

지난주 개발자들 사이에서 "정체불명의 공짜 모델"로 불리며 사용량 1위까지 오른 Ox Alpha의 정체가 밝혀졌어요. 중국 AI 기업 Z.ai(즈푸)가 8월 26일 공개한 새 AI 모델 GLM-5.3-Flash였죠. Z.ai는 공식 블로그에서 이 모델을 "프런티어급 지능을 플래시 가격에(Frontier Intelligence, Flash Cost)"라는 한 줄로 소개했어요.

발표를 숫자로 요약하면 이래요. GLM-5.3-Flash는 전체 3,200억 개(320B) 파라미터토큰 하나를 만들 때 180억 개(18B)만 켜서 돌아가고, 독립 평가 기관 Artificial Analysis의 종합 지능 지수에서 57점을 태스크당 0.045달러에 내요. 가중치는 조건 없이 수정·상업 이용까지 허용하는 MIT 라이선스로 Hugging Face에 공개됐고, 지난 일주일 동안 이 모델의 트래픽 전부가 엔비디아 GPU가 아니라 중국산 AI 칩에서 서빙됐다는 발표까지 붙었죠. 용어가 낯설어도 괜찮아요. 아래에서 하나씩 쉽게 풀어볼게요.

이름을 숨기고 1위부터 찍었어요

이번 발표에서 가장 극적인 부분은 공개 방식이에요. Z.ai는 8월 20일부터 모델 중개 플랫폼 OpenRouter와 코딩 도구 OpenCode에 제작사를 밝히지 않은 채 'Ox Alpha'라는 이름으로 이 모델을 무료로 올려 뒀어요. 만든 회사도, 국적도, 크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개발자들이 성능만 보고 판단하게 한 거죠.

결과는 압도적이었어요. OpenCode 집계를 보면 Ox Alpha는 일주일 만에 토큰 43조 개를 처리하며 사용량 1위에 올랐어요. 2위인 딥시크 계열 모델(deepseek-v4-flash)이 22조 개, 10위인 GPT-5.6 계열(gpt-5.6-luna)이 8,270억 개였으니 2위와도 두 배 가까운 격차예요. 이 기간 순사용자는 49만 7,000명, 완료된 코딩 세션은 1,285만 건이었죠.

정체를 둘러싼 추리전도 뜨거웠어요. 레딧과 X에서는 토크나이저(모델이 글자를 쪼개는 방식) 분석으로 GLM 계열이라는 추정과 마이크로소프트 미공개 모델이라는 반론이 맞섰고, OpenRouter 인수를 진행 중인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CEO가 "매우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남기며 관심을 키웠죠. 메탈랩도 지난 23일 토큰 분해 결과가 GLM-5.2와 60개 전부 일치한다는 분석을 전해드렸는데, 그 추정이 맞았어요. 블룸버그 보도로 Z.ai가 제작사임이 확인됐고, 몇 시간 뒤 공식 블로그가 올라왔죠.

브랜드와 국적에 대한 선입견을 지운 채 실사용 데이터로 먼저 검증받고, 이미 개발자 도구 안에 자리 잡은 뒤에 이름을 밝히는 순서였던 셈이에요.

320B 중 18B만 켠다 — 스펙을 쉽게 풀면

파라미터는 AI 모델이 학습으로 익힌 지식을 담아 두는 숫자들이에요. 보통 이 숫자가 클수록 똑똑해지지만, 그만큼 돌리는 비용도 커지죠. GLM-5.3-Flash는 여기서 '전문가 혼합(MoE)'이라는 구조를 써요. 3,200억 개 파라미터를 여러 전문가 그룹으로 나눠 두고, 단어 하나를 만들 때마다 그 일에 맞는 전문가만 골라 180억 개만 켜는 방식이에요. 병원 전체에 의사가 3,200명 있어도 환자 한 명은 필요한 전문의 18명만 만나는 그림을 떠올리면 돼요. 지식의 총량은 크게, 매번 쓰는 계산은 작게 가져가는 설계죠.

이 모델은 GLM-5 시리즈 최초의 네이티브 멀티모달 모델이기도 해요. 텍스트만 읽는 게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까지 한 모델이 함께 처리한다는 뜻이에요. 웹페이지를 만들고 나서 렌더링된 화면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고치는 식의 작업이 가능해지죠. 컨텍스트, 그러니까 한 번에 기억하며 다룰 수 있는 분량은 100만 토큰이에요. 장편 소설 열 권 안팎을 통째로 넣고 질문할 수 있는 크기예요.

라이선스는 MIT예요. 오픈소스 라이선스 중에서도 가장 느슨한 축으로, 누구든 가중치를 내려받아 고치고, 자기 서비스에 넣고, 그걸로 돈을 벌어도 돼요. 학습에는 30조 토큰 규모의 멀티모달 데이터가 쓰였다고 해요.

성능은 클로드 오푸스 4.8 턱밑까지 왔어요

Z.ai가 공개한 벤치마크 성적을 보면, 이 모델의 위치가 분명해져요. 벤치마크는 모델에게 같은 시험지를 풀게 해서 점수를 매기는 표준 시험이라고 보면 돼요.

벤치마크무엇을 재나GLM-5.3-FlashGLM-5.2(전작)Claude Opus 4.8GPT-5.6 Terra
Terminal Bench 2.1터미널에서 서버 설정·디버깅을 끝까지 수행84.381.085.087.4
DeepSWE v1.1비공개 저장소 과제로 실전 코딩 평가63.446.258.069.6
AutomationBench v1.0.6사무 자동화 업무 수행48.826.241.037.2
GDPval-AA v244개 직업의 실제 업무 (Artificial Analysis 평가)1773150415821571

DeepSWE는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저장소의 과제로 시험을 봐서, 모델이 답을 미리 외웠을 가능성(학습 데이터 오염)을 낮춘 코딩 벤치마크예요. 여기서 클로드 오푸스 4.8(58.0)을 넘어선 63.4가 나왔어요. 실제 직업 업무를 재는 GDPval-AA에서는 비교 대상 중 가장 높았고, 사무 자동화 점수는 전작의 두 배 가까이 뛰었죠. 다만 최상위 모델과의 격차도 분명해요. 터미널벤치와 DeepSWE 모두 GPT-5.6 Terra에는 못 미쳐요.

자체 코딩 평가에는 흥미로운 대목이 있어요. Z.ai가 클로드 코드 위에서 돌린 Z.ai Code Bench에서, 생각하는 양(effort)을 최대로 올린 GLM-5.3-Flash는 29.0으로 클로드 오푸스 4.8의 29.5에 거의 붙었어요. 대신 그 점수를 내는 데 과제당 출력 토큰을 14만 개 가까이 썼죠. 오푸스 4.8은 12만 개 수준이었고, 상위 모델인 클로드 페이블 5는 11만 개대에서 39.5로 훨씬 높은 점수를 냈어요. 요컨대 싸게 만든 모델을 더 오래 생각하게 해서 비싼 모델의 답에 근접시키는 구조예요. 토큰당 가격이 워낙 낮으니 오래 생각해도 총비용은 훨씬 싸다는 계산이죠.

이 수치들은 대부분 Z.ai 자체 평가라는 점은 감안해야 해요. 다만 독립 기관 수치도 방향이 같아요. Artificial Analysis 종합 지능 지수(코딩·수학·추론 등을 묶은 종합 점수)에서 GLM-5.3-Flash는 57점을 받았는데, Z.ai에 따르면 이 점수대는 지금까지 태스크당 비용이 약 10배인 모델들의 자리였어요. 히어로 이미지의 차트가 그 장면이에요. 같은 57점대인 알리바바 Qwen3.8 Max가 차트 오른쪽 끝(비싼 쪽)에 있고, GLM-5.3-Flash 혼자 왼쪽 아래(싼 쪽)에 떨어져 있죠.

GLM-5.3-Flash 코딩·에이전트 벤치마크 비교 차트
6개 코딩·에이전트 벤치마크 비교. 이미지: Z.ai 공식 블로그

가격 — 9월 9일까지는 반값이에요

API 가격은 100만 토큰 기준으로 입력 0.15달러, 출력 0.50달러예요. 토큰은 모델이 글을 세는 단위인데, 한국어 기준 대략 글자 하나가 토큰 1~2개 정도라고 보면 돼요. 같은 질문을 반복할 때 재활용되는 캐시 입력은 0.03달러고요. Z.ai 공식 가격표 기준으로 지금은 출시 프로모션으로 전 구간 50% 할인 중이에요. 입력 0.075달러, 출력 0.25달러, 캐시 입력 0.015달러로, 할인은 싱가포르 시간 9월 9일 자정에 끝나요.

비교하면 감이 와요. 2주 전 나온 상위 모델 GLM-5.3의 API 가격이 입력 1.40달러·출력 4.40달러니까, 정가 기준으로도 약 10분의 1이에요. Z.ai 코딩 구독(GLM Coding Plan) 사용자에게는 GLM-5.3 대비 3배의 사용량 한도로 풀렸어요.

생각 설정별 Z.ai Code Bench 점수와 출력 토큰 수
생각 설정을 올릴수록 점수와 출력 토큰이 함께 늘어요. 이미지: Z.ai 공식 블로그

어떻게 이렇게 싸졌나 — 설계를 뜯어보면

가격을 이만큼 내린 비결은 아키텍처에 있어요. 파라미터 총량이 비슷한 자사 GLM-4.5(355B)와 견주면, 켜는 파라미터는 32B에서 18B로, 레이어(모델이 계산을 쌓는 층) 수는 92개에서 45개로 절반이 됐어요. 깊게 쌓는 대신 얕고 넓게 가면서 매번 켜는 양을 줄인 거죠.

핵심은 어텐션 비용 절감이에요. 어텐션은 모델이 글을 읽을 때 모든 단어를 서로 비교해 관계를 파악하는 계산인데, 글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기하급수로 늘어요. 100만 토큰짜리 문서라면 이 비용이 감당이 안 되죠. GLM-5.3-Flash는 두 가지 어텐션을 섞어서 이 문제를 풀었어요. 선형(linear) 어텐션은 지나간 문맥을 고정 크기의 요약 노트로 압축해 들고 다니고, 희소(sparse) 어텐션은 색인(인덱서)을 써서 지금 필요한 구간만 골라 봐요. 책 전체를 매번 다시 읽는 대신, 요약 노트를 들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색인으로 해당 페이지를 펴 보는 방식이에요. 여기에 색인이 쓰는 키 4개를 하나로 눌러 담는 IndexPool이라는 압축 기법을 더했죠.

그 결과 100만 토큰 문맥에서 상위 모델 GLM-5.3 대비 어텐션 계산은 3.0배, KV 캐시는 4.4배 줄었어요. KV 캐시는 모델이 대화 중 앞부분을 다시 계산하지 않으려고 메모리에 쌓아 두는 임시 기억인데, 긴 문맥에서는 이게 GPU 메모리를 잡아먹는 주범이에요. 이 두 숫자가 줄어든 만큼 같은 하드웨어로 더 많은 사용자를 받을 수 있고, 그게 곧 가격이 되는 거죠.

GLM-5.3-Flash 하이브리드 어텐션 아키텍처 다이어그램
선형 어텐션 3개에 희소 어텐션 1개를 섞은 구조예요. 이미지: Z.ai 공식 블로그

전량 중국산 칩에서 돌았다는 게 진짜 뉴스예요

Z.ai는 지난 일주일 Ox Alpha로 몰린 그 트래픽 전부를 중국산 AI 칩 클러스터에서 서빙했다고 밝혔어요. 수만 개의 중국산 가속기 위에 오픈소스 추론 프레임워크 SGLang을 기반으로 자체 추론 엔진을 만들어 올렸고, 이미지·영상 인코딩과 프리필(질문을 읽는 단계), 디코딩(답을 한 토큰씩 만드는 단계)을 각각 다른 서버 무리로 떼어 돌렸다고 해요. 주방에서 재료 손질, 조리, 서빙을 다른 팀이 맡는 분업 구조예요.

중국산 칩은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이 엔비디아 GPU보다 부족한 편이라, 100만 토큰 문맥을 다루려면 이 약점을 메워야 해요. Z.ai는 가중치와 캐시를 8비트 이하로 낮춰 저장하는 양자화(숫자의 정밀도를 낮춰 용량을 줄이는 기법)와 모델을 쪼개 여러 칩에 나눠 싣는 레이어 분할로 대응했다고 설명했어요. 그 결과 같은 하드웨어에서 초기 대비 종단 성능을 3배 올렸고, 토큰당 원가가 주류 엔비디아 GPU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적었죠. 이 원가 주장은 아직 회사 발표일 뿐이라는 점은 짚어 둘게요.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더 있어요. 이 최적화 작업을 GLM-5.3 기반 인프라 에이전트가 도왔다는 부분이에요. 모델이 커널(칩을 부리는 저수준 코드)을 짜고 병목을 찾으며, 자기를 돌리는 시스템을 직접 다듬은 구조죠. 엔비디아의 해자는 칩 자체보다 십수 년 쌓인 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라는 말이 오래 있었는데, 그 격차를 메우는 일에 사람 대신 모델을 붙이기 시작한 거예요. 모델이 좋아질수록 국산 칩의 소프트웨어가 빨리 좋아지고, 그러면 모델을 더 싸게 돌리게 되는 되먹임 고리예요.

같은 날 엔비디아는 성적표를 내요

시장 쪽에서 보면 이번 발표는 두 군데를 건드려요. 먼저 가격이에요. 57점짜리 지능을 태스크당 0.045달러에 쓰는 선택지가 생기면,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태스크당 1~2달러대 프런티어 모델에 맡길 이유가 줄어요. 어려운 문제는 폐쇄형 최상위 모델에, 반복 업무는 값싼 오픈 모델에 보내는 분업은 이미 기업들 사이에 자리 잡는 흐름인데, 최근 클로드 페이블 가격 인상 뒤 개발자들이 GLM으로 작업을 쪼개기 시작한 움직임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죠.

다음은 칩이에요. 2025년 1월 딥시크가 시장을 흔든 건 성능보다 학습 원가가 예상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 때문이었는데, 이번에는 추론(모델을 실제로 돌리는 쪽)을 중국산 칩으로 해냈다는 주장이 나왔어요. 학습 원가가 모델 가격을 눌렀다면, 추론 칩 대체는 엔비디아 수요처 자체를 옮길 수 있는 이야기예요.

공교롭게도 엔비디아는 이날 미국 장 마감 뒤 2027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을 발표해요. 회사 가이던스는 매출 910억 달러 안팎이고, 이 전망치에는 중국향 데이터센터 컴퓨트 매출이 아예 0으로 잡혀 있어요. 중국 시장을 빼고도 성장을 증명해야 하는 엔비디아와, 엔비디아 없이 프런티어급 추론을 해냈다고 주장하는 중국 모델사가 같은 날 반대편에서 답을 내놓는 셈이죠.

물론 검증이 남았어요. 무료 구간에서 43조 토큰을 받아낸 것과, 유료 전환 뒤에도 그 부하를 같은 속도로 계속 감당하는 건 다른 문제예요. 무료 프로모션이 끝나는 9월 9일 이후에도 처리량과 응답 속도가 유지되는지가 이 주장의 첫 시험대가 될 거예요.

에디터의 시선

발표 순서를 뒤집은 게 이번 공개의 본질이에요. 중국 모델이라고 밝히고 시작했다면 절반은 써 보지도 않았을 개발자들이, 이름 없는 모델에 일주일간 43조 토큰을 부었어요. 성능으로 먼저 검증받고 국적을 나중에 밝히는 이 순서는, 중국 AI를 둘러싼 선입견이 실사용 앞에서 얼마나 얇은지 보여 주는 실험이기도 했죠.

그리고 모델 스펙보다 오래 남을 문장은 따로 있어요. "전량 중국산 칩으로 서빙했고, 토큰당 원가는 엔비디아급"이라는 주장이요. 아직 회사 발표일 뿐이지만, 방향이 맞다면 이건 모델 가격 경쟁이 아니라 컴퓨트 지형의 이야기예요. 소프트웨어 격차를 모델 스스로 메우는 되먹임 고리가 돌기 시작했다는 신호거든요. 9월 9일, 무료가 끝난 뒤의 처리량 그래프를 지켜볼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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