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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 LAB

LG AI연구원 이문태 "초지능 열쇠는 주권 AI"

블룸버그가 AI 서밋 서울 현장에서 LG AI연구원 슈퍼인텔리전스랩장을 인터뷰했다. 하루 전 정부 독자 모델 2차 평가를 통과한 팀의 책임자가 왜 하필 '주권'이라는 단어를 골랐을까.

이미지: METAL LAB 생성

요약

  • 블룸버그가 8월 19일 AI 서밋 서울 현장에서 이문태 LG AI연구원 슈퍼인텔리전스랩장을 인터뷰했고, 영상 제목은 '주권 AI의 중요성에 관하여'였다
  • 인터뷰 전날 과기정통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평가에서 LG AI연구원·SK텔레콤·업스테이지 세 팀을 통과시켰다
  • 7,500억 파라미터 K-엑사원 2.0이 아파치 2.0으로 풀리면서, 주권 AI 논쟁이 정책 문서 밖으로 나올 재료가 생겼다
인터뷰 대상
이문태 LG AI연구원 슈퍼인텔리전스랩장
진행자
하슬린다 아민(블룸버그)
장소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6(코엑스)
직전 사건
8월 18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2차 평가 통과
최신 모델
K-엑사원 2.0 · 7,500억 파라미터 · 아파치 2.0
국가 인프라
국가AI컴퓨팅센터 8월 3일 착공 · 총사업비 2조 4,065억원

초지능을 물었는데, 주권 이야기가 돌아왔다

블룸버그가 8월 19일 이문태 LG AI연구원 슈퍼인텔리전스랩장의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서울에서 열린 AI 서밋 서울 & 엑스포 2026 현장에서 하슬린다 아민 앵커가 그를 만났다.

질문은 초지능에서 출발했다. 초지능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그것이 어떤 기회를 열지, 다음 시대의 AI를 만드는 쪽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그런데 블룸버그가 영상에 붙인 제목은 '주권 AI의 중요성에 관하여'였다.

가장 먼 미래를 묻는 자리에서 가장 현실적인 단어가 축이 된 셈이다. 이문태는 지난해 11월 같은 행사장에서도 블룸버그 카메라 앞에 섰는데, 그때 영상 제목은 'AI 개발 전략'이었다. 아홉 달 사이 같은 사람, 같은 행사, 같은 매체인데 화두가 '전략'에서 '주권'으로 옮겨갔다.

행사 자체도 커졌다. 올해 AI 서밋 서울 & 엑스포는 8월 19일부터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고, 한국무역협회 집계로 7개국 118개사가 307개 부스를 차렸다. 이틀짜리 컨퍼런스의 둘째 날 주제 축 가운데 하나가 '주권 AI'다.

하루 전, 정부가 팀을 셋으로 줄였다

우연이라기엔 시점이 절묘하다. 인터뷰 전날인 8월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2차 단계평가 결과를 내놨다. 통과한 세 팀은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다. 자체 아키텍처로 주목받던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탈락했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팀을 줄여 가는 구조다. 2025년 8월 다섯 팀으로 출발해 올해 1월 1차 평가에서 세 팀이 남았고, 2월 패자부활로 한 팀이 더해져 네 팀이 됐다가, 이번에 다시 세 팀이 됐다. 당초 계획은 3차 평가에서 최종 두 팀만 남기는 것이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원 규모와 경쟁 방식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밝혀, 구조 자체가 손질될 여지를 열어 뒀다.

평가는 벤치마크 40점, 전문가 35점, 사용자 25점으로 나뉜다. 기계가 매기는 점수보다 사람이 매기는 점수의 비중이 더 크다는 뜻이다. 모티프의 탈락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 준다. 이 팀 모델은 국제 지능지수 지표에서 네 팀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도, 활용성과 적용성에서 밀려 떨어졌다.

살아남은 세 팀에는 하반기에 GPU가 팀당 1,000장 규모로 배정된다. 최동원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6개월 임차를 가정하면 한 팀당 약 400억원어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문태는 자기 팀이 관문 하나를 막 통과한 다음 날 카메라 앞에 앉은 것이다.

판을 까는 쪽의 움직임은 그보다 앞서 있었다. 8월 3일 전남 해남 솔라시도에서 국가AI컴퓨팅센터가 첫 삽을 떴다. 총사업비 2조 4,065억원, GPU는 2028년까지 1만 5,000장, 2030년까지 5만 장이 목표다. 전력은 40MW로 시작해 80MW까지 늘린다.

올해 정부 AI 예산은 10조원에 육박하고, 지난해의 세 배 수준이다. 착공식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토큰을 생산하는 토큰 팩토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7월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프런티어급 모델은 앞으로 핵무기급 국가 전략자산이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배 부총리는 LG AI연구원의 초대 원장이었다. 모델을 만들던 사람이 이제 예산과 GPU를 배분하는 자리에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주권 AI는 결국 열쇠를 누가 쥐느냐의 문제다

주권 AI(Sovereign AI)는 특정 국가나 기업이 외부 인프라와 모델에 기대지 않고 자국 기술로 자국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 문제가 겹치면서 최근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꺼내 드는 말이 됐다.

전세와 자가의 차이에 가깝다. 빌린 집에서도 밥은 지어 먹고 잠도 잔다. 다만 벽을 뚫어 배관을 바꾸거나, 집주인이 조건을 바꿀 때 버티는 일은 못 한다.

모델을 빌려 쓰는 쪽과 만드는 쪽의 차이가 그렇다. 평소엔 차이가 안 보이고, 계약 조건이 바뀌는 순간에만 드러난다. 이문태 본인도 지난해 5월 한 강연에서 "2023년에는 AI의 부작용 우려, 2024년에는 AI 주권이 화두였다"며 이 단어가 이미 한 차례 업계를 훑고 지나갔다고 짚은 적이 있다.

LG AI연구원이 7월 31일 공개한 K-엑사원 2.0이 그 답안지다. 파라미터 7,500억 개 가운데 한 번에 켜지는 부분만 370억 개인 전문가 혼합(MoE) 구조다. 필요한 전문가만 불러 쓰는 방식이라, 덩치는 키우되 전기 요금은 억누른다.

1월 공개한 1세대가 2,360억 개였으니 반년 만에 세 배 이상 불렸다. 레이어를 48개에서 78개로, 레이어당 전문가를 128개에서 256개로 늘렸다. 처음부터 다시 학습한 게 아니라 1세대 가중치를 재활용해 키우는 방식을 썼다. 지원 언어도 여섯 개에서 열 개로 늘었다.

성능은 24개 벤치마크 평균 70.1점으로 1세대 63.3점보다 올랐다는 게 연구원 설명이다. 다만 이 수치는 아직 연구원 자체 발표 기준이고, 제3자 검증 결과는 나와 있지 않다.

숫자보다 눈에 띄는 건 라이선스다. K-엑사원 2.0은 아파치 2.0으로 허깅페이스에 올라갔고, 상업적 이용이 열려 있다. 엑사원 계열이 오랫동안 연구·교육 목적으로 묶여 있던 것과는 다른 선택이다. 주권을 말하면서 문을 잠그는 대신 여는 쪽을 택했다.

같은 말을 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이 흐름은 한국만의 것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2026 회계연도(2026년 1월 종료) 주권 AI 매출이 300억 달러를 넘겼다고 밝혔다. 전년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각국이 자기 모델을 갖겠다고 선언할 때마다 계산서는 같은 회사로 향한다.

유럽연합은 7월 30일 'AI 기가팩토리' 공모를 열었다. 공공 100억 유로에 민간 200억 유로를 더해 최대 일곱 곳을 짓는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4월 소프트뱅크·NEC·소니그룹·혼다가 참여하는 물리 AI 파운데이션 모델 컨소시엄을 띄웠다. 일본 정부가 2026 회계연도부터 5년간 편성한 최대 1조 엔 규모 AI 지원 예산이 이 법인으로 향할 것으로 업계는 본다. 인도는 2월 뉴델리 정상회의에서 자국 모델 주요 세 종을 한꺼번에 공개했다.

한국 쪽으로 돌아오면 흥미로운 장면이 하나 있다. 캐나다 코히어가 8월 5일 서울 법인 설립 계획을 밝히며 이곳을 아시아태평양 본부로 지정했는데, 한국 파트너가 LG CNS다. 법인은 올해 4분기에 문을 연다.

같은 그룹 안에서 한쪽은 독자 모델을 만들고 다른 쪽은 해외 주권 AI 기업과 손을 잡는다. 주권이 국경으로 딱 잘리는 개념이 아니라는 걸 보여 주는 장면이다.

"중견국은 프런티어 모델을 못 가진다"는 반론

이 판을 모두가 믿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AI 전략을 맡고 있는 마이클 바스카는 6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한국을 비롯한 중견국이 자체 최첨단 파운데이션 모델을 갖게 되겠느냐는 질문에 "제 답은 아니요"라고 답했다.

근거는 비용 격차다. 미국 빅테크 네 곳이 한 분기에 AI 인프라로 쓰는 돈이 웬만한 국가의 연간 AI 예산을 넘어선다. 국가 단위 투자가 하이퍼스케일러의 몇 달 치와 겹친다는 지적은 반복해서 나온다. 주권적 통제가 정말 필요한 AI 응용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안에서도 회의론이 있다. 코히어의 에이단 고메즈 CEO는 6월 유럽 언론 인터뷰에서 "소버린티 워싱이 너무 많다"고 했다. 다변화나 회복력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 솔루션이 주권으로 포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8월 10일 자사 오픈소스 전략을 설명하면서도 사람들이 오픈소스 모델에 바라는 조건으로 커스터마이징 가능성, 낮은 비용, 보안 세 가지를 들었다. 주권을 주장하려면 문구가 아니라 통제권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에디터의 시선

엑사원을 처음 내려받아 돌려 봤을 때의 인상은 "한국어를 잘하는 중형 모델" 정도였다. 3.5 세대에서 32B가 나왔을 때도, 4.0에서 추론이 붙었을 때도 체감의 축은 크기가 아니라 효율이었다. 이문태 본인이 지난해 5월 강연에서 "매개변수를 극대화하지 않으면서 창발적 능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한 그대로였다.

그래서 7,500억이라는 숫자를 보고 방향이 바뀌었다고 느꼈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도 2차 평가 통과 직후 "글로벌 프런티어급 모델과 대등하게 경쟁하려면 모델 규모를 크게 확대하는 것은 필연적인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효율로 버티던 팀이 체급으로 붙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활성 파라미터를 370억 개에 묶어 둔 건 그 선언에 달린 각주에 가깝다. 링에는 올라가되 체력은 아껴 쓰겠다는 뜻이다.

이문태의 관심사가 '주권'이라는 단어로만 읽히면 절반만 본 것이다. 그가 이번 서밋 첫날 기조 패널에서 맡은 주제는 'AI가 AI를 만드는 시대'였다. 6월 한 컨퍼런스에서는 AI가 업무를 수행한 뒤 전문가 피드백을 반영해 성능을 올리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했고, 국민연금공단 실증에서 성능이 약 25% 올랐다는 수치를 함께 내놨다.

그가 이끄는 엑사원 파운드리는 도메인별 학습 데이터 생성부터 평가 척도까지를 하나의 순환으로 묶는 판이다. 주권은 그 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이고, 초지능은 그 판이 어디까지 도는가의 문제다. 초지능을 묻는 자리에서 주권 이야기가 나온 게 어색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국내 팀이 실제로 집어 들 대목은 라이선스 쪽이다. 아파치 2.0으로 풀린 7,500억 파라미터 모델은 지금 누구나 내려받아 자기 도메인 데이터에 붙일 수 있다. 정부 사업의 승패와 별개로 쓸 수 있는 재료가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주권이라는 말이 정책 문서 안에만 머물지, 각자의 서버에서 실제로 도는 모델이 될지는 그 재료를 집어 드는 팀의 수가 정한다. 다행히 그 문턱은 이번 달 들어 눈에 띄게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