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TAL AI
순다르 피차이 구글·알파벳 CEO가 8월 5일(현지시간) 구글 딥마인드 조직 개편을 사내 메일로 알렸고, 회사 블로그에 자신과 데미스 허사비스의 편지 두 통을 그대로 공개했다. 허사비스가 딥마인드 일상 운영에서 물러나고, 코라이 카북추오글루가 그 자리를 맡고, 27년을 일한 제프 딘이 회사를 떠난다.
편지의 어조는 시종 "가속"과 "모멘텀"이었다. 시장은 다르게 읽었다. 알파벳 주가는 발표 직후 4%가량 빠졌고 장중 5%대까지 밀렸다. 지난달 말 실적 발표 뒤 7% 하락한 데 이은 두 번째 하락이다.
세 자리가 한 번에 움직였다
데미스 허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회장(Chair)이자 알파벳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가 된다. 딥마인드를 이끄는 자리에서는 물러나되 회사를 떠나지는 않고, 신약 개발사 아이소모픽 랩스 대표는 계속 겸한다. 그는 2014년 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합류했다.
코라이 카북추오글루가 구글 딥마인드 SVP로 올라선다. 지금까지 GDM 최고기술책임자이자 구글 최고 AI 아키텍트였고, 새 자리에서는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한다. 제미나이 모델 개발, 프론티어 AI 연구, 제미나이 앱과 개발자 조직을 모두 관장한다. CNBC는 그가 차기 주력 모델인 제미나이 4 개발을 이끈다고 전했다.
제프 딘은 27년 만에 나간다. 1999년 구글의 30번째 직원으로 입사해 초기 검색 인프라부터 현대 AI 시대를 연 신경망까지 회사의 굵직한 기술 전환을 설계한 인물이다. 그가 비운 알파벳 최고과학자 자리를 허사비스가 채우는 구조다.
회사 편지는 두 명, 실제로는 네 명이 나간다
피차이의 편지는 제프 딘과 시니어 펠로 산자이 게마와트 두 사람만 언급했다. 새 회사의 이름도, 형태 외의 정보도 적지 않았다.
몇 시간 뒤 제프 딘이 직접 X에 올린 글에서 실체가 드러났다. 회사 이름은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이고, 창업자는 딘과 게마와트에 더해 오리올 비냘스와 쿠옥 레까지 네 명이다. 그는 "우리 넷은 14년에서 30년을 함께 일했다"고 썼다.
회사 소개에 따르면 이들은 스스로를 "AI 분야 최다 피인용 연구자 세 명과 분산 시스템 분야 최다 피인용 연구자 두 명"으로 소개한다. 즉 회사 공지에서 빠진 두 명이 오히려 AI 연구 쪽 무게중심에 가깝다.

디스커버리 루프는 무엇을 하나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형태이고, 내건 목표는 **"과학의 실험 루프 자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회사 설명은 이렇게 이어진다. 과학적 방법은 인류 최고의 도구지만 실행은 반복적인 실험 루프로 이뤄져 있고, 그 루프는 사람이 순차적으로 돌리기 때문에 여전히 느리고 노동집약적이라는 것이다.
접근은 두 단계다. 먼저 머신러닝 연구·엔지니어링 자동화부터 시작하고, 그 자동화 역량을 자기 기술 스택에 먼저 적용한다. 회사는 이를 "우리가 우리의 첫 고객이 된다"고 표현했다. 프론티어 모델과 대규모 연산으로 수천 개 실험을 병렬로 돌려 반복 시간을 압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구글은 남남이 되지 않는다. 피차이는 구글이 창업 투자자이자 클라우드 파트너로 계속 함께하고, 머신러닝 시스템과 인프라를 위한 연구 프레임워크에서 협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결이 다른 증언도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딘과 공동창업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연구 관심사를 좇으려면 구글을 떠나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피차이가 쓴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어 하는 시점"과 같은 사건을 가리키지만 온도가 다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발표가 주가를 4% 끌어내린 이유는 인사 하나 때문이 아니다. 올해 딥마인드에서 나간 사람들의 목록이 이미 길다.
- 노암 샤지어 — 제미나이 공동 리드. 6월 오픈AI행을 밝혔다.
- 존 점퍼 — 알파폴드를 만들어 허사비스와 함께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9년을 일한 뒤 6월 19일자로 앤트로픽으로 옮겼다.
- 데이비드 실버 — 알파고와 강화학습 팀을 이끌었다. 딥마인드를 나와 초지능을 목표로 하는 이네퍼블(Ineffable)을 세웠고, CNBC 보도 기준 11억 달러 시드를 받았다.
여기에 이번 네 명이 더해졌다. 각 건은 따로 설명이 되지만, 알파폴드·알파고·제미나이라는 딥마인드 명성의 근거를 만든 사람들이 반년 사이에 연달아 빠졌다는 사실은 개별 사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들이 간 곳은 앤트로픽과 오픈AI, 즉 구글이 지금 쫓는 상대들이다.
피차이가 조용히 끼워 넣은 한 문장
편지는 대체로 자신감의 언어로 채워져 있다. 풀스택을 갖췄고, 인재와 연산이 있고, 검색·유튜브·클라우드 전 사업에서 실적 모멘텀을 확인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구글 딥마인드를 설명하는 대목에 결이 다른 문장이 하나 섞여 있다. "우리는 프론티어에 있겠다고 다짐했고, 개선이 필요한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바로 다음 문장은 "여기서 계속 빠르게,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다.
배경을 보면 왜 그 문장이 들어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회사는 아직 제미나이 3.5 프로를 내놓지 못했다. 모델 지연과 늘어난 AI 지출이 겹치면서 알파벳 주가는 이미 압박을 받고 있었다.
편지에 섞여 나온 숫자들
인사 발표문이지만 실적 수치가 함께 나왔다.
- 제미나이 앱 월 사용자 9억 5,000만 명 이상
- 젬마(Gemma) 모델 누적 다운로드 9억 건 이상
- 플래시(Flash) 모델 수요 강세, 사이버(Cyber) 모델 서비스 중
- 지난주 발표된 제미나이 로보틱스 진전
바깥 숫자도 같이 놓고 봐야 한다. 2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82% 늘어난 248억 달러로 AWS(37%)와 애저(43%)를 크게 앞섰다. 동시에 구글은 사상 처음으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연간 설비투자 전망은 최대 2,050억 달러다. 성장과 지출이 같이 튀고 있다.
그리고 허사비스의 편지 한 줄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모델 이름이 지나가듯 등장한다. "제미나이 4를 포함한 새 모델들에서 큰 진전을 만들고 있어 기대가 크다." 사양도 시점도 언급되지 않았다.
허사비스는 왜 지금 물러나나
피차이의 설명은 담백하다. 허사비스가 "특이점의 산기슭에 서 있다"고 말해왔고 대외 활동에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데, AGI의 미래를 만드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역할을 둘이 오래 논의해왔다는 것이다.
허사비스 본인의 편지는 더 직접적이다. "인류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도달했다. 나는 평생 AGI를 향해 일해왔고, 이제 많은 분들처럼 그것이 가까이 왔다고 느낀다"며 일상 운영 책임을 넘기고 큰 그림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썼다. 새 역할에서는 런던의 신사옥 플랫폼 37에서 피차이와 전략·글로벌 AGI 사안을 논의하고, 코라이를 비롯한 GDM 리더들에게 조언한다.
아이소모픽 쪽 비중도 늘린다. 그는 "AI의 1순위 응용은 인간 건강 개선이어야 한다고 늘 믿어왔다"며 "암 같은 질병을 마침내 고치는 것보다 AI의 가치를 명백히 증명할 방법이 뭐가 있겠나"라고 썼다.
코라이 카북추오글루는 누구인가
이름이 낯설다면 이력을 보면 된다. 딥마인드 초창기부터 13년을 일했고, 딥마인드의 딥러닝 팀을 처음 만들었다. 음성 합성의 판을 바꾼 **웨이브넷(WaveNet)**과 강화학습의 출발점이 된 DQN이 그가 이끈 성과다.
허사비스는 "코라이와 13년 넘게 함께 일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 중 한 명"이라며 "제미나이 모델은 코라이와 리드들 손에 잘 있고, 사실 한동안 그래왔다"고 썼다. 마지막 대목이 이번 개편의 성격을 드러낸다. 제미나이 개발의 실무 지휘는 이미 옮겨가 있었고, 이번에 직함이 현실을 따라잡은 셈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들
디스커버리 루프의 자금 규모와 밸류에이션은 공개되지 않았다. 구글이 창업 투자자로 얼마를 넣는지, 지분이 얼마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회사는 "린하고 대면으로 일하는 팀"을 만들겠다고만 했고 채용 규모도 없다.
제미나이 4는 편지 한 문장이 전부다. 출시 시점·성능·가격 어느 것도 없다. 모델 이름이 확인됐다는 것 이상으로 읽으면 안 된다.
이번 발표에는 정리해고나 조직 축소가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이 규모의 리더십 교체가 통상 조직 재편을 동반한다는 점은 별개로 지켜볼 일이다.
마지막으로, 떠난 사람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언급은 두 편지 어디에도 없다. 피차이는 "개선이 필요한 영역"이라고만 적었고, 그 영역이 무엇인지는 쓰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