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The Decoder
요약
- 할리우드 컬버시티의 AI 스튜디오 프로미스는 이달 공개된 중국 모델 시댄스 2.5로 배경을 실시간 합성해 저예산 호러영화를 찍고 있다
- 힉스필드는 8개월 전 13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54억 달러로 뛰었고 연환산 매출도 2000만 달러에서 7억 달러로 늘었다
- 인셉션 포인트 AI 등 AI 캐릭터·팟캐스트를 대량 찍어내는 산업까지 형성돼 오픈AI 소라가 주도권을 놓친 2년 사이 시장 구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 시댄스 2.5 공개
- 이달(2026년 8월) 공개된 중국산 영상 생성 모델, 프로미스가 배경 합성에 사용
- 프로미스 투자자
- 구글, 디즈니,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참여
- 하이브리드 제작 비용 절감
- 프로미스 공동창업자 조지 스트롬폴로스 추정 20~50%
- 넷플릭스 AI 활용 타이틀
- 2026년까지 전체 1000편 중 300편에 AI 활용
- 힉스필드 투자 유치
- 4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54억 달러 달성, 8개월 전 13억 달러에서 상승
- 힉스필드 연환산 매출
- 1년 사이 2000만 달러에서 7억 달러로 증가, 기업 고객 비중이 과반으로 역전
- 인셉션 포인트 AI
- AI 페르소나 100개 이상 운영, 활성 팟캐스트 5000개 이상 유지
초원 위를 걷는 배우, 진짜 세트는 백지였다
로스앤젤레스 컬버시티, 소니 스튜디오가 눈에 보이는 자리에 사무실 한켠에 흰 천으로 두른 세트가 있다. 이곳에서 AI 스튜디오 프로미스가 저예산 호러영화 '터치 그래스(Touch Grass)'를 찍고 있다. 배우 토리 토머스가 쫓기는 장면을 카메라가 담는 동안, AI는 그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초원을 실시간으로 겹친다. 이 배경을 만드는 것은 이달 공개된 중국산 영상 생성 모델 시댄스(Seedance) 2.5다. 배우가 풀숲을 스치듯 지나가면 잔디도 함께 흔들리고, 감독의 모니터에는 배우와 배경이 합쳐진 장면이 즉시 뜬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초원을 지하 동굴로 바꿀 수도 있다.
더 디코더 보도에 따르면 프로미스는 구글과 디즈니,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는다. 공동창업자 조지 스트롬폴로스는 배우와 AI 기술을 함께 쓰는 이런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이 기존 영화보다 20~50% 더 저렴하다고 추정했다. 넷플릭스도 무관하지 않다. 이 스트리밍 업체는 2026년까지 전체 1000편의 타이틀 중 300편에 AI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소라가 놓친 자리, 중국 모델이 채웠다
2년 전만 해도 이 시장의 주인공은 오픈AI였다. 2024년 초 소라의 첫 데모가 공개됐을 때 기술적으로 경쟁작을 압도하며 할리우드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당시 보여준 형태의 소라는 끝내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2024년 말 출시된 버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픈AI가 주저하는 사이 미국과 중국 경쟁사들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2025년 가을 독립 앱으로 나온 소라 2는 초기 화제성을 지속 가능한 성공으로 바꾸지 못하고 결국 서비스를 접었다. 디즈니와의 대형 계약도 무산됐다. 그 자리를 시댄스 같은 중국산 모델과 프로미스·힉스필드 같은 스타트업이 채운 셈이다.
같은 시기 할리우드 내부에서도 평가가 갈린다. '프레데터'의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만들었던 오스카 수상자 조엘 하이넥은 이 변화를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간 전환과 비교하며 "믿기 힘든 가능성"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같은 감독들은 생성형 AI 사용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론 하워드는 AI 스튜디오 옵시디언과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를 함께 제작 중인데, 이 작품의 총괄 프로듀서는 비용 절감 효과를 30~40%로 추정했다.
힉스필드, 8개월 만에 기업가치 4배
할리우드가 여전히 기술 도입을 놓고 논쟁하는 사이, 영상 스타트업 힉스필드는 이미 큰 규모로 수익을 내고 있다. 힉스필드는 자체 모델 소울(Soul)과 DoP를 만들면서 오픈AI·구글·바이트댄스의 모델도 함께 끌어다 쓰는 곳으로, 스냅챗 생성AI 조직을 이끌던 알렉스 마슈라보프가 2023년 세웠다. 이번엔 영화가 아니라 광고 영상 쪽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4억 달러를 유치해 기업가치 54억 달러를 인정받았고, DST 글로벌·골드먼삭스·리버티글로벌·인텔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8개월 전 기업가치가 13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뛴 셈이다. 연환산 매출도 1년 사이 2000만 달러에서 7억 달러로 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고객 구성 변화다. 지난 1월만 해도 기업 고객 비중이 전체 매출의 4분의 1에 못 미쳤는데, 지금은 과반을 차지한다. 마슈라보프에 따르면 달러 셰이브 클럽 같은 브랜드는 과거 캠페인당 영상 한 편을 만들던 방식에서 벗어나 하루에도 여러 편의 마케팅 영상을 이 플랫폼으로 찍어낸다.
AI 페르소나 산업도 자란다
영상만 바뀌는 게 아니다. 인격 자체를 대량 생산하는 산업도 생겨났다. 스타트업 인셉션 포인트 AI는 각자 고유한 캐릭터를 가진 AI 페르소나 100개 이상을 운영한다. 영국 정원 전문가 나이젤 시슬다운, DIY 인플루언서 라일라 워커 같은 인물마다 가상의 인생사를 담은 15~30쪽짜리 '캐릭터 바이블'을 만들어 실존 인물처럼 보이게 한다. 이 회사가 유지하는 활성 팟캐스트는 5000개가 넘고,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아 에피소드당 청취자 20명만 있어도 수익이 난다고 최고경영자 지닌 라이트는 말했다.
비슷한 흐름이 패션과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에이전시 세라핀 발로라는 게스 같은 브랜드를 위해 AI 모델을 만들고, AI 아바타 자니아 모넷은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스포티파이는 앞으로 이런 프로필에 'AI 페르소나' 표시를 붙일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표로 보는 비용 절감과 성장 폭
| 제작·사업 유형 | 절감·성장 폭 |
|---|---|
| 프로미스 하이브리드 실사+AI 영상 | 20~50% 비용 절감 |
| 옵시디언 애니메이션 다큐 (론 하워드 협업) | 30~40% 비용 절감 |
| 힉스필드 지표 | 8개월 전 | 현재 |
|---|---|---|
| 기업가치 | 13억 달러 | 54억 달러 |
| 연환산 매출 | 2000만 달러 | 7억 달러 |
에디터의 시선
이 기사가 흥미로운 이유는 '누가 이겼나'가 아니라 '무엇이 남았나'에 있다. 소라는 데모 단계에서 업계를 흔들어놓고도 정작 제품으로는 살아남지 못했다. 반면 프로미스와 힉스필드는 화제성 대신 현장의 예산표를 파고들었다. 촬영장 임대비, 세트 제작비, 광고 영상 재촬영 비용처럼 눈에 보이는 지출을 줄이는 쪽에 기술을 붙였다. AI 붐이 한 차례 꺾였다가 다시 일어설 때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화려한 데모가 아니라 회계 담당자가 좋아할 숫자가 남는 쪽이 살아남는다.
영상 생성 모델을 실무에 붙여본 경험이 있다면 이 흐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처음 몇 달은 '이 정도 퀄리티가 나온다니' 하는 데모용 감탄이 이어지지만, 실제로 반복 제작에 쓰이려면 결국 같은 배경을 몇 번이고 다시 뽑아도 톤이 흔들리지 않는지, 하루에 여러 편을 찍어도 승인 절차가 버티는지가 관건이 된다. 힉스필드의 고객 구성이 개인 창작자에서 기업으로 넘어간 것도 이 지점을 통과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국내 마케팅팀이나 소규모 제작사라면 지금 당장 장편 영화급 파이프라인을 흉내 낼 필요는 없다. 다만 하루에 여러 버전의 짧은 광고 영상을 찍어내야 하는 팀이라면, 실시간 배경 합성이나 페르소나 기반 콘텐츠가 이미 매출 구조를 바꾼 사례가 나왔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반대로 장편 서사나 감독의 창작 의도가 중요한 작업에는 놀란과 델 토로의 경계심이 여전히 유효하다.
앞으로 몇 주 사이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시댄스 2.5 같은 중국산 모델이 할리우드 제작 파이프라인에 얼마나 더 깊이 들어오는지, 그리고 힉스필드처럼 기업 고객 비중이 과반을 넘은 회사가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어떤 밸류를 받는지다. 두 숫자 모두 이 산업이 데모가 아니라 사업으로 굳어졌는지를 가리는 잣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