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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AI 에이전트에 계좌를 열었다

이토로와 무무, 로빈후드가 올봄 클로드와 코덱스 같은 AI 에이전트가 직접 주문을 넣는 전용 창구를 잇달아 열었어요. 코드를 몰라도 말로 전략을 시키는 시대, 계좌 열쇠를 어디까지 넘겨야 할까요.

증권사가 AI 에이전트에 계좌를 열었다 · Image: METAL LAB

이미지: METAL AI 생성

요약

  • 이토로와 무무, 로빈후드가 올봄 MCP 로 AI 에이전트가 직접 주문을 넣는 전용 계좌를 잇달아 열었어요.
  • 국내 증권 3사 API 거래대금은 2025년 37조 4,100억 원이었고 올해 4월 중순까지 17조 원을 넘겼어요.
  • AI 는 언론 노출이 많은 종목에 몰리고 베팅 크기를 못 정한다는 연구가 있어 손실 한도를 먼저 적어야 해요.
로빈후드
에이전틱 트레이딩 베타 2026-05-27, MCP 전용 계좌
무무
API 스킬 2026-04-23, 모의투자 기본값
이토로
개발자 앱스토어·MCP 서버 2026-04-14
국내 API 거래대금
2025년 37조 4,100억 원 (한국투자·키움·대신 합산)
연구
NBER 워킹페이퍼 35153 (2026-04) · 엘름 웰스 실험 (2026-06)

올봄부터 미국 증권사들이 AI 에이전트가 직접 주문을 넣는 전용 창구를 잇달아 열었어요. 이토로가 4월 14일 개발자 앱스토어와 함께 MCP 서버를 내놨고, 무무가 4월 23일 API 스킬을 공개했고, 로빈후드가 5월 27일 에이전틱 트레이딩 베타를 시작했어요. 세 곳의 공통점은 투자자가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클로드나 코덱스 같은 에이전트에게 말로 시키면 그 에이전트가 증권사 계좌에 손을 넣는다는 점이에요. 개인이 몰래 을 돌리던 시대에서 증권사가 봇에게 정문을 열어 주는 시대로 넘어온 거예요.

풀어서 설명하면, MCP 는 AI 에이전트가 외부 서비스의 기능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부르게 해 주는 연결 규약이에요. 증권사가 이 규약으로 주문과 조회 기능을 열어 두면, 에이전트는 화면을 누르는 대신 그 기능을 직접 호출해 주문을 넣을 수 있어요.

로빈후드의 구조가 가장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어요. 고객이 기존 계좌와 별도로 에이전틱 전용 계좌를 하나 더 열고, 클로드 코드나 클로드 데스크톱, 챗GPT, 코덱스, 커서, 그록 같은 MCP 지원 도구를 로빈후드가 공개한 단일 주소에 연결해요. 에이전트는 모든 계좌의 잔고와 체결 내역을 읽을 수는 있지만 주문은 전용 계좌 안에서만 넣을 수 있고, 주문이 나갈 때마다 본앱에 알림이 떠요. 로빈후드 안내문에는 투자자가 승인 없이 행동하라고 시켜 두면 에이전트가 확인 없이 매매할 수 있다는 문장과, 마지막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에게 있다는 문장이 나란히 적혀 있어요.

이 구조는 발레파킹 열쇠와 닮았어요. 요즘 차에는 시동은 걸리지만 트렁크와 글러브박스는 못 여는 발레 키가 따로 있는데, 로빈후드의 전용 계좌가 딱 그 역할이에요. 에이전트에게 차를 맡기되 트렁크에 든 다른 계좌의 돈은 못 건드리게 문을 잠가 둔 셈이죠. 열쇠를 넘긴 뒤에 차가 어디로 가는지는 알림으로 보되, 운전은 이미 에이전트가 하고 있다는 점이 이 비유의 핵심이에요.

무무는 다른 쪽에 방점을 찍었어요. 4월 23일 발표문에 따르면 API 스킬은 투자자가 평소 쓰는 말로 적은 매매 의도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바꿔 주고, 미국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일본 시장을 24시간 지켜봐요. 데이터는 투자자의 로컬 환경에 남고 제3자 AI 서버를 거치지 않으며, 기본값이 모의투자라서 실제 시장에 붙기 전에 과거 데이터로 먼저 돌려 보게 돼 있어요. 무무 미국 대표 닐 맥도널드는 "투자자들이 단순히 정보에 접근하는 단계에서 그 정보로 행동하는 구조화된 방법을 찾는 단계로 옮겨 가는 근본적인 변화를 보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토로는 한 달 먼저 움직였어요. 4월 14일 개발자 앱스토어를 열면서 에이전트 스킬과 MCP 서버, 코드 없이 앱을 올리는 도구를 함께 내놨고, 투자자는 예산과 위험 한도를 정한 하위 계좌에 에이전트를 붙여 매매를 맡길 수 있게 됐어요. 독일의 스케일러블 캐피털도 클로드와 챗GPT, 그록을 MCP 로 연결하는 에이전틱 인베스팅을 내놨고요. 반년 사이에 미국과 유럽의 온라인 증권사 넷이 같은 규약으로 같은 문을 연 거예요.

국내도 이미 숫자가 커졌어요. 서울경제가 5월 5일 보도한 집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대신증권 세 곳의 API 거래대금은 2025년 한 해 37조 4,100억 원이었고, 2026년은 4월 중순까지 이미 17조 원을 넘겼어요. 지금 추세면 연간 60조 원을 넘고, 메리츠증권이 연내 오픈 API 를 내놓으면 100조 원이 시야에 들어온다는 게 그 기사의 계산이에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플랫폼이 앱을 벗어나 거래의 인프라로 진화하고 전면에 AI 에이전트가 융합될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국내 창구는 미국과 모양이 조금 달라요.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의 새 API 는 앱키와 시크릿키 두 개로 인증하는 REST 방식이라 맥이나 리눅스에서도 붙고,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를 그대로 얹을 수 있어요. 대신 미국처럼 증권사가 MCP 서버를 열어 준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코드를 짜고 그 코드가 API 를 두드리는 한 단계가 더 있어요. 미국이 에이전트에게 발레 키를 직접 건넨 구조라면 국내는 아직 에이전트가 운전기사 대신 운전 매뉴얼을 써 주는 단계인 셈이에요.

이 구조가 널리 퍼지기 전에 짚어야 할 연구가 둘 있어요. 전미경제연구소가 4월에 낸 워킹페이퍼에서 브루스 칼린과 라이언 이스라엘슨, 크리스토퍼 와잔은 여러 대형언어모델에 매일 종목 추천을 시켜 시계열을 모았는데, AI 는 분산 투자 대신 모멘텀이 강한 대형주와 장부가 대비 주가가 높은 종목에 몰렸고 무엇보다 언론 노출이 많은 회사를 골랐어요. 사고팔든 그냥 들고 있든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초과수익은 나오지 않았고요. 뉴스에 많이 나온 종목을 산다는 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듣는 경고와 정확히 같은 행동이에요.

두 번째는 엘름 웰스가 6월에 한 실험이에요. 과거 신문 1면을 보여 주고 시장 방향을 맞히게 했더니 약 200회 세션에서 클로드가 사람을 76% 이겼고 챗GPT 는 63%, 그록은 51%, 제미나이는 43%였어요. 그런데 얼마를 걸지 정하는 단계에서는 모델들이 켈리 공식 같은 위험 관리 이론을 알면서도 실제로는 과하게 베팅했어요. 무엇을 살지는 잘 고르고 얼마나 살지는 못 고른다는 결과인데, 계좌를 통째로 맡기는 구조에서는 뒤쪽이 앞쪽보다 훨씬 무서운 약점이에요.

증권사들도 이 약점을 알고 문을 반쯤만 열어 뒀어요. 로빈후드는 전용 계좌를 현금 계좌로만 두고 신용거래는 막았고, 원하면 주문마다 사람 승인을 거치게 할 수 있고, 연결을 즉시 끊는 단추를 뒀어요. 무무는 모의투자를 기본값으로 걸어 뒀고, 이토로는 하위 계좌에 예산과 위험 한도를 먼저 정하게 했어요. 세 곳이 서로 다른 말로 같은 장치를 만든 건, 에이전트가 틀리는 게 아니라 에이전트가 너무 크게 거는 게 진짜 사고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직접 해 보려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도구 목록이 아니라 순서예요. 읽기 권한만 준 상태로 에이전트가 내 계좌를 어떻게 읽는지 먼저 보고, 모의투자나 소액 전용 계좌에서 한 달을 돌리고, 그다음에 손실 한도와 하루 최대 주문 횟수를 문장으로 적어 에이전트에게 규칙으로 넘기는 순서예요. 에이전트에게 무엇을 사라고 말하기 전에 어떤 조건에서는 절대 사지 말라고 먼저 말해 두는 게, 두 연구가 짚은 약점을 개인이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자리예요.

증권사가 정문을 열었으니 봇은 이제 뒷문으로 들어오지 않아요. 창구를 열어 준 쪽이 규칙을 정하고 알림을 보내는 구조는 개인이 몰래 봇을 돌리던 때보다 분명히 안전해요. 그 안전은 열쇠를 넘기기 전에 투자자가 한도를 적어 둘 때만 작동하고, 올해 문을 연 네 증권사의 장치는 전부 그 한 줄을 대신 써 주지 않아요.

김현국

METAL 발행인 · 아카이브저널 발행인 · 이라선 운영

매거진·서점·교육을 오래 해 온 편집자예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아카이브저널>을 발행하고, 아트 서점 <이라선>을 운영했으며, 라이카 아카데미에서 디렉터로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끌었어요. 그 시선으로 전 세계 AI 소식을 독자에게 전하는 메탈(METAL) 매거진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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