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 엡록AI·입소스가 미국 근로자 1,103명을 대상으로 업무용 AI 결제 방식을 조사했다
- 전체 응답자 중 무료 플랜 사용 비중은 약 47%, 회사 제공 구독은 약 20%에 그쳤다
-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 직군만 회사 지원 비중이 67%로 두드러지게 높았다
- 조사기관·시점
- 엡록AI(Epoch AI)·입소스(Ipsos), 2026년 7월
- 전체 표본
- 미국 성인 근로자 1,103명
- 업무용 AI 최근 7일 사용자
- 469명
- 전체 무료 플랜 비중
- 약 47%
- 전체 회사 제공 구독 비중(단독)
- 약 20%
-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직군 회사 지원(겸용 포함)
- 67%
- 경영·비즈니스·예술직군 회사 지원(겸용 포함)
- 41%
- 무역·생산·운송직군 무료 플랜 비중
- 약 62%
절반 가까이가 '공짜 버전'으로 일한다
엡록AI(Epoch AI)가 입소스(Ipsos)와 함께 지난 7월 미국 성인 근로자 1,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최근 7일 안에 업무용으로 AI를 써본 469명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이 무료 플랜만으로 일을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기준 무료 플랜 사용 비중은 약 47%였고, 회사가 구독료를 전액 지원한 경우는 약 20%에 그쳤다. 개인 돈으로 유료 결제한 비중(약 10%)과 회사·개인 비용을 함께 쓴 비중(약 6%)을 더해도 회사가 어떤 식으로든 관여한 구독은 전체의 3분의 1이 안 된다.
엡록AI는 "대부분 미국 근로자에게 업무용 AI의 기본값은 무료 등급이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직군별로 뜯어보면 이 격차는 더 뚜렷해진다.
과학·기술직만 다른 세상이다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 직군(표본 81명)에서는 회사가 구독료를 전액 지원하는 비중이 약 52%, 회사·개인 겸용까지 더하면 67%에 달했다. 반면 무료 플랜 사용 비중은 약 20%로 전체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개발자나 연구직처럼 AI 도구를 직접 코드 작성이나 실험에 쓰는 직군에서는 회사가 유료 구독을 사주는 게 사실상 표준이라는 뜻이다.
비슷하게 지식노동으로 분류되는 경영·비즈니스·예술 직군(표본 207명,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 제외)에서는 이 비중이 41%로 뚝 떨어졌다. 무료 플랜 비중은 약 43%로 오히려 회사 지원 비중과 맞먹었다. 같은 '사무직'이라도 개발·연구 업무가 끼어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회사가 지갑을 여는 정도가 갈린다는 얘기다.
판매·사무직(표본 72명), 서비스직(표본 53명), 무역·생산·운송직(표본 49명)으로 갈수록 무료 플랜 의존도는 더 높아졌다. 무역·생산·운송직은 무료 플랜 비중이 약 62%, 회사 지원 비중은 약 5%에 불과했다.
직군별 구독 형태 비교
| 직군 | 표본(n) | 무료 플랜 | 회사 지원(겸용 포함) |
|---|---|---|---|
|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 | 81 | 20% | 67% |
| 경영·비즈니스·예술 | 207 | 43% | 41% |
| 서비스 | 53 | 55% | 21% |
| 판매·사무 | 72 | 58% | 18% |
| 무역·생산·운송 | 49 | 62% | 8% |
표의 회사 지원 비중은 '회사 전액 부담'과 '회사·개인 겸용' 응답을 합산한 값이다. 신뢰구간은 90% 수준이며, 표본은 미국 만 18세 이상 임금근로자 인구를 대표하도록 가중치를 부여했다.
AI 가격 인하 경쟁과 맞물린 배경
이 조사 결과는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최근 주력 모델 가격을 큰 폭으로 낮춘 시점과 겹친다. 앞서 METAL LAB이 보도한 대로 오픈AI는 GPT-5.6 Luna의 입력·출력 토큰 가격을 각각 80%씩 인하했고, 앤스로픽도 클로드 Opus 5를 최상위 모델 Fable 5의 절반 가격에 내놓으며 중국 모델과의 가격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토큰 가격이 떨어지는 흐름은 기업이 유료 구독을 붙여주는 문턱을 낮출 수 있지만, 이번 설문에서 드러난 건 정반대다. 대부분 직군에서 회사는 여전히 지갑을 열지 않고, 근로자는 무료 등급 안에서 알아서 방법을 찾고 있다.
엡록AI는 이번 조사가 2018년 표준직업분류(SOC)의 BLS 상위 분류를 따랐으며, 각 직군의 표본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49~207명) 개별 수치보다는 직군 간 격차의 방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밝혔다.
에디터의 시선
이 데이터가 말해주는 건 단순하다 — 회사가 AI 구독료를 대신 내주는 건 '개발자용 도구'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이다. 컴퓨터·엔지니어링·과학 직군의 67%라는 숫자는 IT 예산 안에 AI 구독이 이미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처럼 자리 잡았다는 뜻이고, 나머지 직군의 20% 안팎이라는 숫자는 회사 입장에서 AI가 아직 '개인 생산성 도구'로 분류된다는 뜻이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개발팀은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마케팅팀은 개인 카드로 결제하는 그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격차를 몸으로 느껴본 사람이라면 이 수치가 낯설지 않을 거다. 스타트업이든 대기업이든, 엔지니어링팀에 코드용 AI 구독을 붙여주는 결재는 비교적 쉽게 통과되지만 마케팅·기획·인사팀이 같은 예산을 요청하면 '개인이 알아서 쓰라'는 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 개발 도구는 생산성 지표(코드 생성량, 버그 수정 속도)로 효과를 증명하기 쉽지만, 나머지 직군은 AI를 쓴 것과 안 쓴 것의 차이를 숫자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인사·IT 담당자라면 이 조사를 벤치마크로 삼을 만하다. 지금 우리 회사에서 개발팀과 비개발팀의 AI 구독 지원 격차가 이 정도로 벌어져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무료 플랜에 의존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부서가 있다면, 그건 직원들이 AI를 안 써서가 아니라 회사가 안 사줘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토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만큼, 전사 단위로 유료 구독을 붙여주는 비용은 1~2년 전보다 훨씬 낮아졌다 — 예산 재검토를 미룰 이유가 줄었다는 뜻이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벌어질 일은 뻔하다. 가격 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부서 구분 없이 전사 라이선스를 확대하는 쪽으로 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누가 AI 비용을 대는가'라는 이 조사의 질문 자체가 무의미해질 시점이 올 것이다. 다만 그 전환이 이번 분기 안에 일어나진 않을 거다 — 예산 편성 주기 자체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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