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The Verge AI
요약
- 오픈AI가 이름 미공개 내부 모델로 양자 게임이론·고차원 구 채우기 등 미해결 수학 문제 10개를 풀었다고 발표했다
- 발표 초기 '10년간 진전 없음'이라던 설명을 이후 두 연구자의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했다고 조용히 수정해 인용 표기 논란이 일었다
- 같은 모델 계열이 여전히 요일 계산이나 기초 산술 같은 단순 과제에서는 오류를 낸다는 점도 함께 드러났다
- 발표 주체
- 오픈AI
- 발표 형식
- 블로그 글 '10 Advances in Mathematics and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수백 쪽 분량 증빙 문서 첨부
- 해결 주장 분야
- 양자 게임이론, 3차원을 넘는 고차원 구 채우기 등 10개 분야
- 사용 모델
- 이름 미공개 내부 모델(추정 아스트라), 오픈AI가 확인은 거부
- 이전 사례
- 지난 5월 오픈AI 내부 모델이 80년 된 '단위 거리 추측' 반증
- 논란
- '10년간 진전 없음' 서술을 이후 두 연구자 기존 연구 인용으로 조용히 수정
- 취재
- 로버트 하트, 더버지 런던 주재 AI 기자
수백 쪽짜리 증빙과 함께 등장한 발표
오픈AI가 지난 8월 공개한 블로그 글 한 편이 수학계를 흔들었다. 제목은 '10 Advances in Mathematics and Theoretical Computer Science' — 이름 그대로 열 개 분야의 수학·이론 컴퓨터과학 문제를 풀었다는 주장이었다. 오픈AI는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수백 쪽 분량의 증빙 문서를 함께 올렸다. 더버지 런던 주재 AI 기자 로버트 하트가 이 발표를 취재해 여러 수학자를 인터뷰했고, 그 내용 일부는 필즈상 수상자, AI의 수학 정복 앞에서 정체성 고민 토로 기사로도 다뤄진 바 있다.
오픈AI는 이 모델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트는 팟캐스트 '디코더'에 출연해 이 모델이 아스트라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지만, 오픈AI 측에 물었을 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오픈AI의 이름 미공개 내부 모델이 80년간 풀리지 않았던 '단위 거리 추측'을 반증한 사례가 있었는데, 하트는 이 모델 역시 같은 계열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양자 게임이론부터 구 채우기까지
발표에 오른 10개 문제 목록에는 양자 게임이론, 3차원을 넘는 고차원에서의 구 채우기 문제 등이 포함됐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주제가 아니다. 하트는 인터뷰에서 한 연구자의 반응을 인용해 "이 중 하나만 풀었어도 학계 경력은 보장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AI 모델의 수학 성과가 학계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지엽적인 문제에 그친다는 지적이 종종 나왔던 것과 달리, 이번 10개는 실제로 여러 수학자가 오래 매달렸던 문제라는 점에서 반응이 갈렸다.
조용히 바뀐 문장 하나
논란의 핵심은 인용 표기였다. 오픈AI는 발표 초기 이 10개 문제에 대해 최근 10년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실제 논문을 들여다보면 그중 하나는 두 명의 기존 연구자가 쌓아온 성과 위에서 진행됐다는 문장이 분명히 적혀 있었다. 이 부분은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조용히 수정됐다. 하트가 접촉한 연구자 중 일부는 이를 두고 실제로 크게 기여한 선행 연구를 충분히 밝히지 않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그중 이름이 언급된 연구자 한 명은 이 문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고 하트는 전했다. 하트는 이를 표절이라기보다는 성과를 과장해 알리는 부실한 보도자료 문제에 가깝다고 짚었다.
그래도 요일은 못 센다
이런 고난도 수학 성과와 별개로, 같은 모델 계열은 여전히 기초적인 작업에서는 헤맨다. 요일 계산이나 시간 인식처럼 단순한 과제에서 오류가 나온다는 사례가 계속 보고된다. 하트는 수학이 하나의 통일된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생물학이 동물 관찰부터 세포 생화학까지 폭넓은 것처럼, 수학도 단순 계산부터 고차 추상 이론까지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이다. AI 모델은 기존 방법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합하고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하는 데는 강하지만, 셈처럼 정확한 값을 다루는 데는 아직 약점을 보인다.
에디터의 시선
이번 논란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오픈AI가 굳이 '10개'라는 숫자를 강조했다는 사실이다. 개별 문제 하나씩 발표했다면 검증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화제성도 떨어진다. 한 번에 열 개를 묶어 내놓으면 언론과 학계가 전부를 꼼꼼히 검증하기 전에 큰 인상부터 남길 수 있다. 이미 지난 8월 10일 앤스로픽이 미공개 연구용 클로드로 리만 가설에 도전해 부분 성과를 알린 것과 겹쳐 놓고 보면, 프런티어 모델 개발사들이 수학이라는 검증 가능한 무대를 경쟁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그림이 뚜렷해진다.
이전에 필즈상 수상자 티모시 가워스와 수학자 피터 사르나크가 지적했던 것과 같은 결이다. LLM이 방대한 탐색 공간에서 기존 방법을 조합하는 데는 능하지만, 어느 경로가 생산적인지 고르는 직관은 없다는 진단이었다. 이번 열 개 문제도 상당수가 기존 연구를 이어 붙이거나 확장한 결과였고, 그 사실을 처음에는 축소해 알렸다는 점에서 같은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완전히 새로운 추상화를 만들어내는 것과, 이미 나와 있는 조각을 빠르게 조합해 답을 내는 것은 다른 일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학계와 연구기관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AI 랩이 내놓는 수학 성과 발표를 볼 때는 결과 자체보다 첨부된 증빙 문서와 선행 연구 인용 목록을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보도자료의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이번처럼 조용히 수정된 문장을 놓치기 쉽다. 대학 수학과와 연구 지원 기관 입장에서는 신규 문제 발굴과 지도 역량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 오히려 강해진다. 기존 문제를 빠르게 푸는 능력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은 여전히 다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오픈AI와 앤스로픽을 포함한 프런티어 랩들은 수학 성과 발표를 계속 이어간다. 다음 발표에서는 이번처럼 인용 표기가 조용히 수정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계가 사전 검증이나 공동 저자 확인 절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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