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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앤스로픽이 이스라엘 AI 스타트업 데카르트를 약 6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블룸버그가 8월 13일 보도했다.
- 데카르트의 기술은 앤스로픽 추론 팀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칩 종류를 가리지 않는 최적화 스택 DOS가 핵심이다.
- 실시간 영상 모델 루시와 월드 모델 오아시스는 클로드가 물리 세계로 나가는 다음 단계를 가리킨다.
앤스로픽이 이스라엘 AI 스타트업 데카르트(Decart)를 약 6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8월 13일 보도했다. 성사되면 앤스로픽 역사상 가장 큰 인수가 된다. 양사 대변인은 모두 언급을 거부했고, 블룸버그는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숫자만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데카르트는 2023년에 세워졌고 직원이 100명 남짓이다. 석 달 전인 5월 3억 달러를 투자받을 때 평가액이 40억 달러였으니, 60억 달러는 거기에 50%를 더 얹은 값이다. 매출은 이스라엘 매체 칼칼리스트 집계로 수천만 달러 수준, 그것도 성장이 고르지 않다.
그런데 블룸버그가 전한 인수 목적을 보면 그림이 달라진다. 데카르트의 기술은 앤스로픽의 추론(inference) 팀으로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앤스로픽이 사려는 것은 데카르트가 만든 영상이 아니라, 그 영상을 그렇게 싸게 만들 수 있게 해 준 아래층이다.
사려는 건 영상이 아니라 관리비다
AI 회사의 비용은 크게 두 덩어리다. 모델을 만드는 학습과, 만든 모델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추론이다. 학습이 건물을 올리는 공사비라면 추론은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관리비다. 공사는 한 번이면 끝나지만 관리비는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정직하게 따라 늘어난다.
데카르트가 파는 DOS(Decart Optimization Stack)가 손대는 곳이 정확히 이 관리비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DOS는 커널을 직접 짜고 컴파일러를 손봐서 "칩 한 장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성능을 뽑아내는 소프트웨어 층이다. 특정 칩에 묶이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으로, 엔비디아 GPU는 물론 구글 TPU, 아마존 트레이니엄, AMD 가속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다룬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사 래디컬벤처스가 공개한 자료의 수치는 꽤 공격적이다. 에이전트형 추론에서 초당 1,600토큰 — 업계 평균으로 보는 200토큰의 여덟 배 — 을 냈고, 아마존 트레이니엄에서 MFU를 80% 넘게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MFU(Model FLOPs Utilization)는 사 놓은 칩의 연산력을 실제로 몇 퍼센트나 쓰고 있는지 재는 지표다. 업계 통상치가 40~5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8차선 도로를 깔아 놓고 4차선만 쓰던 상태에서 7차선을 쓰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칩을 새로 사지 않고 이미 가진 칩에서 두 배를 뽑아내는 재주. 지금 AI 업계에서 이보다 비싸게 팔리는 기술은 많지 않다.
27살 형제와 유닛 8200
데카르트를 만든 사람은 셋이다. CEO 딘 라이터스도프는 27세로 23세에 컴퓨터과학 박사를 마쳤고, 동생 오리안 라이터스도프는 21세에 박사를 받았다. 세 번째 창업자 모셰 샬레브는 이스라엘군 신호정보부대 8200에서 13년을 보낸 인물이다.
투자자 명단이 이 회사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준다. 2024년 10월 세쿼이아가 이끈 2,100만 달러 시드로 시작해 그해 12월 3,200만 달러 시리즈 A를 받았고, 올해 5월 래디컬벤처스가 주도하고 엔비디아가 참여한 3억 달러 라운드까지 누적 4억 5,000만 달러가량을 모았다. 벤치마크와 어도비 벤처스, 그리고 고객이기도 한 이베이가 명단에 올라 있다.
인수 후보가 앤스로픽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칼칼리스트에 따르면 최근 라운드에 들어왔던 엔비디아가 먼저 인수 협상을 진행하다 물러섰고, 이후 아마존과 네비우스, 스페이스X가 후보로 거론됐다. 스페이스X 설은 일론 머스크가 직접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매출이 1년 만에 90억에서 300억 달러로
앤스로픽 쪽 사정을 보면 이 인수가 왜 지금인지 보인다. 회사가 공식 발표에서 밝힌 런레이트 매출은 2025년 말 90억 달러에서 2026년 300억 달러 이상으로 올라섰다. 연 10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기업 고객은 두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500곳에서 1,000곳 넘게 늘었다.
문제는 이 성장이 그대로 청구서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앤스로픽은 2025년 11월 미국 내 인프라에 500억 달러를 쓰겠다고 발표했고, 구글·브로드컴과 맺은 차세대 TPU 계약으로 2027년부터 기가와트급 용량을 추가로 받는다. 크리슈나 라오 CFO의 표현을 빌리면 "고객 기반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감당할 용량"을 짓는 중이다.
용량을 늘리는 방법은 둘뿐이다. 더 사거나, 있는 걸 더 잘 쓰거나.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부지와 시간을 요구하지만 최적화 소프트웨어는 계약서에 서명한 다음 주부터 효과가 난다. 앤스로픽이 6월 비공개로 상장을 신청했고 최근 평가액이 9,650억 달러라는 사실을 겹쳐 놓으면, 마진을 끌어올릴 카드의 가격표가 왜 50% 프리미엄까지 갔는지 설명이 된다.
루시와 오아시스가 가리키는 다음 판
DOS만 놓고 보면 이 인수는 순수한 원가 절감이다. 하지만 데카르트에는 모델도 둘 있다.
루시(Lucy)는 실시간 영상 편집 모델이다. 흐르는 영상에서 특정 요소만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는데, 회사는 30fps에 35밀리초 이하 지연으로 돌아간다고 밝히고 있다. 옷과 액세서리를 실시간으로 입혀 보는 커머스 데모가 대표 사례고, 트위치·틱톡·유튜브 방송인들이 실제로 쓰고 있다.
오아시스(Oasis)는 성격이 다르다. 사용자의 입력에 따라 즉석에서 만들어지는 플레이 가능한 세계, 이른바 월드 모델이다. 초기 버전이 사흘 만에 100만 명을 모으며 화제가 됐지만 지금 회사가 강조하는 쓰임새는 게임이 아니다. 로봇과 자율주행을 가르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고, "몇 시간짜리 사실적인 주행"을 만들어 낸다는 설명이다.
딘 라이터스도프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시스템이 물리 세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작동할 수 있게 되면 가능한 것의 범위가 극적으로 넓어진다. 로보틱스와 자율 시스템부터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와 라이브 경험까지."
텍스트와 코드로 커 온 앤스로픽에게 이 문장은 낯선 방향이다. 그래서 이번 협상은 두 겹으로 읽힌다. 당장은 추론 원가를 깎을 도구를, 길게는 클로드가 채팅창 밖으로 나갈 때 필요한 재료를 함께 사 오는 거래다.
에디터의 시선
앤스로픽의 인수 이력을 보면 이번 건이 얼마나 결이 다른지 드러난다. 2025년 휴먼루프 인수는 사실상 인재 영입이었고, 그해 12월 자바스크립트 런타임 번(Bun)을 데려온 것도 클로드 코드를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한 도구 확보였다. 클로드 코드가 출시 6개월 만에 런레이트 10억 달러를 찍은 직후의 결정이었다.
두 건 모두 "제품을 더 잘 만들기 위한" 인수였다. 60억 달러는 성격이 다르다. 이건 손익계산서를 겨냥한 인수다. 상장을 앞둔 회사가 밖에서 사 올 수 있는 것 중 가장 확실하게 마진에 꽂히는 물건이 추론 최적화 팀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클로드 코드를 매일 쓰는 입장에서 지난 1년을 되짚어 보면 앞뒤가 맞는다. 모델이 똑똑해진 것보다 한도와 응답 속도가 더 자주 체감됐다. 같은 작업을 던져도 어떤 날은 매끄럽고 어떤 시간대는 눈에 띄게 느리다. 폭증하는 서비스에서 진짜 병목은 지능이 아니라 처리량이라는 사실을, 사용자는 청구서보다 먼저 몸으로 안다.
국내 팀이 가져갈 교훈도 여기 있다. AI 서비스를 붙일 때 회의 시간의 대부분은 "어떤 모델을 쓸까"에 쓰인다. 하지만 원가를 실제로 가르는 변수는 같은 GPU 한 장에 동시에 몇 명을 태우느냐다. 프런티어 랩이 60억 달러를 들여 사려는 게 바로 그 변수라면, 모델 선정 회의의 절반이라도 서빙 스택에 쓰는 편이 남는 장사다.
물론 아직 협상 단계다. 블룸버그도 무산 가능성을 열어 뒀고, 엔비디아가 한 번 접었던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딜이 깨지더라도 확인된 사실 하나는 남는다. 2026년 여름의 시장은 프런티어 모델을 만드는 능력보다, 그 모델을 남의 절반 값에 돌리는 능력에 60억 달러라는 가격표를 붙였다.
출처
- Bloomberg — Anthropic Said in Talks to Buy AI Startup Decart for $6 Billion →
- Calcalist (Ctech) — Anthropic in talks to acquire Israeli AI startup Decart for $6 billion →
- Radical Ventures — The World Model Infrastructure Layer - Decart →
- Anthropic — Anthropic expands partnership with Google and Broadcom for multiple gigawatts of next-generation compute →
- Decart — Decart AI Lab — Research →
- PYMNTS — Anthropic Pursues $6 Billion Decart Deal to Cut AI Costs →
- Anthropic — Anthropic acquires Bun as Claude Code reaches $1B milestone →
- 뉴스1 — 앤트로픽 "비공개 IPO 신청…상장 규모·시기 시장 상황 따라 결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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