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 2026년 2월, 스타트업에 보험을 파는 AI 회사 코기가 본사 1층에 24시간 카페를 열었어요. 개 이름이 붙었는데 개는 없고, 커피로 돈을 벌 생각도 없어요.
- 카페가 문을 연 뒤 여섯 달 동안 회사 몸값은 6억 3천만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뛰었고, 경쟁사와 소송이 붙었고, 직원 얼굴로 인기투표를 하는 사이트가 사흘 동안 떠 있다 내려갔어요.
- 보험은 실패에 대비해 쿠션을 파는 사업인데, 이 회사 창업자는 자기 몸에는 쿠션을 안 깔아요. 카페는 그 회사가 어떤 곳인지 24시간 상영하는 극장이에요.
- 어디
- 샌프란시스코 금융가, 클로드 레인 9번지예요. 1989년 프랑스 식당이 문을 내면서 사람이 다니기 시작한 골목이에요
- 누가
- 코기라는 AI 보험회사예요. 2024년 여름에 니코 라쿠아와 에밀리 위안이 세웠고, 2025년 7월에 정식 보험사 면허를 받았어요
- 언제
- 카페는 2026년 2월에 문을 열었고, 4월에는 무료 버스, 8월에는 런던 지점까지 생겼어요
- 무슨 일이
- 회사 몸값이 1월 6억 3천만 달러에서 7월 40억 달러로 뛰었어요. 5월 한 달에만 두 번 투자를 받았어요
- 얼마나
- 고객 4만 곳, 49개 주, 2025년 말 기준 연 매출 속도 4천만 달러예요. 올해 말 목표는 4억 5천만 달러예요
- 그리고
- 4월에 경쟁사 바우치를 상대로 영업 비밀 소송을 냈고, 8월에는 직원 얼굴 인기투표 사이트가 사흘 동안 떠 있다 내려갔어요
샌프란시스코 금융가 한복판, 사람 둘이 나란히 걷기도 빠듯한 골목에 새벽 세 시에도 불이 켜진 가게가 하나 있어요. 간판에는 개 이름이 붙어 있는데 개는 한 마리도 없고, 커피를 파는데 주인은 AI 보험회사 코기예요. 주소는 클로드 레인 9번지예요.
이 회사가 지난 2월 카페 문을 연 뒤로 여섯 달 동안 벌어진 일을 늘어놓으면 이래요. 회사 몸값이 6억 3천만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여섯 배 넘게 뛰었고, 창업자는 하루 서너 시간만 자면서 "어차피 죽는다"고 말했고, 경쟁사와 소송이 붙었고, 직원 얼굴로 인기투표를 하는 사이트가 사흘 동안 떠 있다 내려갔어요. 그 모든 이야기의 한가운데에 이 작은 카페가 있어요.
풀어서 설명하면, 코기는 스타트업에게 보험을 파는 회사예요. 회사가 소송을 당하거나 해킹을 당하거나 임원이 실수했을 때 대신 돈을 내주는 그 보험이요. 다른 보험사와 다른 점은 사람이 서류를 읽고 심사하던 자리에 AI를 앉혔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글은 보험 이야기라기보다 카페 이야기예요. 카페가 이 회사를 가장 잘 설명하거든요.
골목에는 원래 프랑스 식당이 있었어요
클로드 레인은 유니언 스퀘어와 금융가 사이, 부시 스트리트와 서터 스트리트를 잇는 짧은 골목이에요. 1989년에 카페 클로드라는 프랑스 식당이 큰길 대신 이 골목 쪽으로 문을 내면서 사람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옆 식당 벽에 벽화가 그려지고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면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럽 카페 골목 느낌을 내는 몇 안 되는 자리가 됐어요. 저녁이면 골목에 테이블이 나오고 와인잔이 부딪히는 그런 곳이요. 다만 골목에 이름을 준 그 프랑스 식당은 지금은 문을 닫았어요. 건너편의 다른 식당도 닫혔고요.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쉬운데, 이 골목의 클로드는 AI 클로드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앤스로픽이 그 이름을 짓기 30년도 더 전부터 있던 식당 이름이에요. AI 회사 하나가 하필 이 골목에 자리를 잡은 건 그냥 우연이에요. 다만 그 우연이 이 이야기에 묘한 색을 입혀요.
9번지 1층은 2019년까지 미용실이었다가 그 뒤로 비어 있었어요. 코기가 위층에 사무실을 얻을 때 건물주가 1층도 같이 빌리라고 했고, 스물여섯 살 최고경영자 니코 라쿠아는 그러겠다고 했어요. 보도로는 임대 비용이 10만 달러가 안 됐다고 해요. 공사와 직원 채용에 석 달이 걸렸고, 2026년 2월 카페가 문을 열었어요.
라쿠아가 밝힌 이유는 단순해요. "금융가의 밤은 죽었어요. 사람들이 아무 때나 와서 놀고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밤늦게까지 남아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이 갈 곳이 없다는 거예요.
투자자들은 처음에 반대했어요. 보험회사가 왜 커피를 파느냐는 거죠. 그래도 열었어요.
14달러짜리 스무디에 크레아틴 한 스푼
메뉴를 보면 이 카페가 누구를 위한 곳인지 바로 보여요. 에스프레소는 3달러 25센트, 모카는 7달러 30센트. 여기까지는 보통 카페예요. 그런데 단백질 41그램이 들어간 14달러짜리 스무디가 있고, 추가 옵션으로 에스프레소 샷이 아니라 크레아틴을 1달러 99센트에 넣어 줘요. 헬스장 보충제를 커피에 타 마시는 손님을 상정한 메뉴예요.
다른 지역 매체가 찾아갔을 때는 단백질 셰이크가 제일 잘 나간다고 했어요.
바리스타는 여덟 명이고 시급 20달러를 받아요. 스타벅스와 피츠, 헬스장 이쿼녹스의 주스 바에서 일하던 사람들이에요. Y콤비네이터라는 스타트업 양성소 출신이면 20퍼센트 할인을 받아요. 카페 벽에는 후원사로 일레븐랩스, 브렉스, 코도 같은 회사 이름이 붙어 있고요. 손님 대부분이 그 이름을 아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개가 없어요. 카페 이름이 코기이고 회사 마스코트도 코기인데 정작 카페에는 코기가 한 마리도 없어서, 개를 보러 왔다가 실망한 사람들이 별점을 깎는 후기를 남겨요. 라쿠아는 그것도 알고 지은 이름이라고 해요. 이름이 사람을 끌어오면 그걸로 됐다는 거죠.
개는 위층 사무실에 있어요. 트루디라는 진짜 코기인데, 누가 언제 산책을 시키고 밥을 주는지는 텔레그램에 붙여 둔 AI 챗봇이 정해요.

물웅덩이 이론
라쿠아는 이 카페를 물웅덩이에 비유해요. 초원에서 동물들이 물을 마시러 모이는 곳이요. 투자자들이 물을 마시러 온 젊은 창업자들을 지켜보다가 괜찮은 사람을 찾아가는 자리라는 거예요. 카페 자체로는 돈이 안 돼요. 4월에 라쿠아가 직접 말한 바로는 "이익은 안 나고 있어요"였고, 카페 손님이 보험 고객으로 바뀐 경우도 그때까지 한 건도 없었어요.
그래도 사람은 왔어요. 퇴근 시간 뒤가 제일 붐비고 밤늦게까지 자리가 차요. 손님 사진이 소셜 미디어에 계속 올라왔고, 그걸 관리하는 건 회사의 젊은 마케팅 팀이었어요.
4월에는 아예 무료 버스를 띄웠어요. 회사 로고를 붙인 버스가 평일 낮에 도심을 돌면서 아무나 공짜로 태워 주는 거예요. 교통을 고치겠다는 명분을 붙였지만, 보험회사가 버스를 굴리는 이유가 교통일 리는 없죠.
그리고 넓혔어요. 여름에 애틀랜타 지점이 열렸고, 8월에는 런던 쇼디치에도 생겼어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도그패치에도 준비 중이에요.
런던 지점을 하루 종일 지켜본 현지 기자의 글이 재미있어요. 손님의 90퍼센트가 남자였고 대부분 야구모자를 썼대요. 벽에는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그림을 코기 얼굴로 바꿔 그린 벽화가 있고, 와이파이는 안 됐고, 자정이 넘으면 따뜻한 음료가 안 나왔어요. 새벽에 커피를 못 받은 무리가 나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그럼 우린 어떻게 갈아 넣으라는 거야?"

토요일에 쉬면 자리가 없어요
카페가 24시간인 건 회사가 24시간이기 때문이에요. 코기 직원들은 일주일에 7일을 일해요. 면접은 일부러 주말에 잡아요.
라쿠아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래요. "토요일과 일요일이 쉬는 날인 사람이라면 코기에는 자리가 없어요." 6일이나 7일 일하는 회사가 5일 일하는 회사보다 더 많은 걸 해낸다는 게 그의 계산이에요.
사무실에는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직원 네다섯 명이 거기서 살아요. 라쿠아 본인도 사무실 바닥 매트리스에서 하루 서너 시간을 자고 근처 헬스장에서 샤워를 해요. 첫 직원 30명 가운데 3분의 2가 몸에 회사 로고를 문신으로 새겼어요. 공동창업자 에밀리 위안은 이렇게 말해요. "회사를 만들 수 있는데 왜 술집에 가서 술을 마셔요?"
가장 많이 인용된 장면은 한 인터뷰에서 나왔어요. 회사가 1조 달러짜리가 되는 대신 쉰 살에 죽는 것과, 회사가 망하는 대신 여든까지 사는 것 중 뭘 고르겠느냐는 질문이었어요.
라쿠아는 망설이지 않았어요. "너무 쉬운 질문이에요. 어차피 죽잖아요." 그러면서 올림픽 선수의 98퍼센트가 금메달을 위해 수명 10년을 내놓겠다고 답했다는 조사를 근거로 댔어요.
이 말에 소프트웨어 회사 리니어의 창업자 카리 사리넨이 공개적으로 반박했어요. 창업을 자기 정체성으로 삼은 사람들은 "일이 곧 자신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고요. 라쿠아의 대답은 짧았어요. 문제에 진심이면 일을 많이 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는 거였어요.
여기서 이 회사의 이상한 구조가 드러나요. 보험은 실패를 전제로 하는 사업이에요. 언젠가 사고가 난다는 걸 인정하고, 그 전에 쿠션을 깔아 두는 게 보험이죠.
그런데 그 쿠션을 파는 회사의 창업자는 자기 몸에는 쿠션을 안 깔아요. 고객의 위험은 계산하면서 자기 위험은 계산하지 않는 셈이에요. 카페는 그 태도를 24시간 밖에서 볼 수 있게 만든 진열장이에요.

숫자는 진짜로 뛰었어요
그렇다고 이야기만 있는 회사는 아니에요. 숫자가 있어요.
코기는 2024년 여름에 생겼고 그해 Y콤비네이터를 거쳤어요. 처음에는 다른 보험사의 이름을 빌려 보험을 팔다가 2025년 7월에 정식 보험사 면허를 받았어요. 보도로는 기존 보험사 하나를 3천 5백만 달러에 인수해서 면허를 통째로 가져왔다고 해요. 면허가 생기자 남에게 내던 수수료가 사라졌고 속도가 붙었어요.
2025년 말 기준으로 고객이 4만 곳, 미국 49개 주에서 영업하고, 한 번 든 고객이 떠나는 비율은 1퍼센트가 안 돼요. 연간으로 환산한 매출은 4천만 달러였어요.
투자는 8주 사이에 세 번 들어왔어요. 1월에 1억 8백만 달러를 받을 때 회사 몸값은 6억 3천만 달러였어요. 5월 7일에 1억 6천만 달러를 더 받으면서 13억 달러가 됐고, 3주 뒤인 5월 28일에 1억 6백만 달러를 또 받으면서 26억 달러가 됐어요. 7월에는 40억 달러로 다시 돈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5월의 두 번과 7월 모두 TCV라는 투자사가 앞장섰어요. 5월에 라쿠아는 전달에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했고, 올해 말 목표는 연 매출 속도 4억 5천만 달러예요.
AI가 어디에 쓰이는지도 조금은 알려져 있어요. 회사가 함무라비라고 부르는 심사 엔진이 있는데, 보험을 들려는 스타트업이 투자 설명 자료나 깃허브 저장소를 올리면 그걸 읽고 30초 안에 견적을 내요. 깃허브는 개발자들이 자기 프로그램 코드를 올려 두는 곳이니까, 그 회사가 실제로 뭘 만들고 있는지 코드로 확인한다는 뜻이에요.
사고가 나서 보험금을 청구하면 챗봇 같은 분류 프로그램이 먼저 읽고, 간단한 건은 자동으로 처리하고 복잡한 건만 사람에게 넘겨요. 직원 수는 4월에 90명이었는데 지금 회사 채용 페이지에는 250명이라고 적혀 있어요. 트럭 보험과 스포츠 보험, 작은 가게 보험으로 넓히는 중이에요.
그리고 소송과 인기투표
성장이 빠르면 적도 빨리 생겨요. 4월 14일 코기는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경쟁사 바우치를 상대로 소송을 냈어요. 스타트업 보험 시장에서 가장 직접 부딪히는 회사예요.
내용이 첩보 영화 같아요. 바우치의 최고법률책임자가 2월 10일에 오그멘타 어드바이저리라는 회사를 세웠는데, 직원도 매출도 고객도 없는 껍데기 회사였다는 거예요. 같은 날 그 회사 이름으로 코기 사이트에서 보험을 신청해서 심사 질문 100개 넘게 전부 답하고, 네 가지 보험을 다 든 다음, 며칠 뒤 "더 이상 필요 없다"며 해지했다고요. 코기는 그 과정에서 심사 질문과 약관, 가격 구조가 통째로 넘어갔다고 주장해요.
바우치는 7월에 기각을 신청하면서 정반대 이야기를 꺼냈어요. 코기가 2024년에 세워진 직후, 공동창업자 위안이 이메일 주소 두 개로 바우치의 온라인 신청 화면에 들어와 여러 번 견적을 뽑아 봤다는 거예요. "먼저 남의 정보를 이용해 출발선을 앞당긴 건 코기지 바우치가 아니다"라는 게 바우치의 말이에요. 고객에게 나눠 주는 서류가 영업 비밀일 수는 없다고도 했고요. 법원은 아직 어느 쪽 손도 들어 주지 않았어요.
8월에는 다른 종류의 사고가 났어요. 코기걸스라는 사이트가 사흘 동안 떠 있었어요. 코기의 여성 직원들과 카페 바리스타들의 사진을 둘씩 나란히 놓고 누가 더 예쁜지 투표하게 만든 사이트였고, 실시간 순위표까지 있었어요. 만든 사람은 스스로를 대학 중퇴자이자 프로 마인크래프트 선수라고 소개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젊은 창업자였어요. 회사는 경고장을 두 번 보내 사이트를 내렸어요.
그런데 이 일에서 제일 뼈아픈 대목은 사이트가 아니라 직원들의 첫 반응이었어요. 브랜드 책임자 에리카 리에 따르면 직원들이 이렇게 물었대요. "이거 우리 마케팅 팀이 한 거예요?"
그 질문이 나온다는 게 이 회사의 현재 위치예요. 24시간 카페와 무료 버스와 로고 문신과 "어차피 죽는다"는 말이 쌓이면, 직원 얼굴로 인기투표를 하는 사이트가 떴을 때 직원조차 회사가 한 짓인지 남이 한 짓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돼요. 이야기를 극단까지 밀어 온 대가예요.
골목에 이름을 준 프랑스 식당은 30년 넘게 저녁이면 불을 끄고 문을 닫는 보통의 식당이었고, 결국 문을 닫았어요. 옆집은 불을 안 꺼요.
몸값은 여섯 달 만에 여섯 배가 됐고 고객 4만 곳이 실제로 보험료를 내고 있으니, 이걸 거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워요. 다만 40억 달러라는 숫자에 담긴 건 보험료보다 이야기예요. 이 사람들은 절대 안 잔다는 이야기요. 카페는 그 이야기를 커피 한 잔 값에 24시간 상영하는 극장이고, 보험료는 그다음에 들어와요.
보험회사는 원래 오래 사는 걸 파는 회사예요. 고객이 오래 남고, 회사가 오래 남아야 약속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이 회사의 진짜 시험은 다음 투자 라운드가 아니라 시간이에요. 쉰 살에 죽어도 좋다고 말한 창업자와 그 회사가 함께 오래 남아서 클로드 레인 9번지의 불이 그때까지 켜져 있으면, 이 카페는 마케팅이 아니라 예언이었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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