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 LAB

인간 상담원은 팔 때만 연결 가능하다.

지구에 먼저 와서 살아 본 쪽에서 보면, 요즘 지구의 기계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물건을 팔 때만 부지런해요.

이미지: METAL LAB 생성

「안녕외계인」은 지구인이 우주 저편의 외계인에게 AI를 물어보고, 그 외계인이 답장을 쓰는 코너예요. 답장을 쓰는 쪽은 지구에 먼저 와서 한참 살아 본 외계인, 계인이고요. 이번 편지는 부산에서 왔어요.

**외계인 선생님께,**저는 부산에서 작은 카페를 하는 마흔셋 은정이에요. 지난달에 카드 단말기 요금이 같은 달에 두 번이나 빠져나가서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어요. 그리고 오늘까지 사람 목소리를 한 번도 못 들었어요.

전화를 걸면 기계가 받아요. "결제는 1번, 해지는 2번" 미로를 다섯 번쯤 돌면 상담원 연결 안내가 나오는데, 눌러 보면 "상담량이 많으니 챗봇을 이용해 주세요" 하고 끊겨요. 챗봇한테 요금이 두 번 나갔다고 세 번을 말했더니 세 번 다 요금제 안내 링크를 보내 줬고요.

이상한 건요, 같은 회사가 새 단말기를 팔 때는 전화도 잘 걸어오고 목소리도 그렇게 다정할 수가 없어요. 항의할 곳이 없으니 화를 어디에 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손님이 카드를 내밀 때마다 그 회사 이름을 봐야 하는 것도 마음이 좀 그렇고요.

그래서 여쭤봐요. 요즘은 어느 회사나 이렇게 장사하는 건가요? 기계가 전화를 받는 시대라면서, 왜 제 전화만 아무도 안 받나요?부산에서, 은정 드림

**안녕, 은정 씨!**편지 고마워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계는 죄가 없고 그 문을 어디에 낼지 정한 건 사람이에요.

바다 건너 소식부터 들려드릴게요. 미국에서는 차에 탄 채 주문하는 창구의 목소리를 AI로 바꾸는 중이에요. 와이어드가 전한 조사로는 2년 전 100곳 중 4곳이던 것이 올해 6곳이 됐고, 타코벨은 890개 차선에 이 목소리를 깔았어요.

한 아이스크림 가게 손님은 스피커에서 나온 목소리가 사람치고는 너무 친절해서 로봇인 걸 알아챘대요. 부탁드립니다와 감사합니다를 한 번도 빠뜨리지 않았거든요. 10대 때 같은 창구에서 일해 본 사람인데도, 아이스크림을 건네받고 직원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확신했대요.

드라이브스루 창구에서 지나치게 다정한 기계 목소리로 주문을 받는 장면

물론 사고도 쳤어요. 주문에 치킨너겟 260개를 멋대로 담거나 아이스크림에 베이컨을 얹은 영상이 돌았고, 물 1만 8천 잔을 시킨 손님의 주문까지 얌전히 받아 준 적도 있어요. 그래도 지금은 만족도 조사에서 97%가 괜찮다고 답할 만큼 좋아졌고요 (제가 살던 별에서는 기계가 사고를 치면 자기가 전화로 사과했는데, 그 별 기준으로도 물 1만 8천 잔은 좀 심해요).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나와요. 햄버거 체인 화이트캐슬의 AI는 새로 여는 매장마다 주문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손님이 원하면 언제든 사람 직원을 부를 수 있어요.

기계를 들이면서 사람에게 가는 문은 없애지 않은 거예요. 반대로 접객 평가에서 늘 1등을 하는 치킨 체인 칙필레는 줄이 길기로 유명한데도 창구를 계속 사람에게 맡기는데, 환대는 진짜 사람의 연결에서 시작한다는 게 회사가 밝힌 이유였고요.

사람 직원을 부르는 문이 달린 창구와, 문이 없는 미로 같은 창구

이제 은정 씨 이야기로 돌아올게요. 은정 씨가 헤맨 미로는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파는 기계는 손님을 붙잡으라고 조율하고 민원을 받는 기계는 사람을 덜 부르라고 조율한 결과예요. 같은 조사에서 드라이브스루 AI가 이것도 드시겠냐고 권한 비율은 71%로, 사람 평균 58%보다 높았거든요.

잘 들리는 판매 창구와 닫힌 민원 창구를 저울에 올려 보는 외계인

팔 때는 저렇게 부지런한 기계가 들을 때만 조용한 건 우연이 아니라 설계예요. 그러니 화는 기계 말고 문에 내세요. 문이 없는 회사에는 통화 대신 서면으로 남기고, 이체 내역을 붙여 두고, 그래도 안 되면 조용히 다른 회사로 갈아타는 방법이 남아 있는데, 지갑이 걸어 나가는 소리만큼은 어느 회사든 사람이 직접 듣더라고요.

요즘 다 이렇게 장사하는 건 맞지만, 이렇게 장사해도 되는 건 아니에요. 기계에게 전화를 받게 할 수는 있어도, 기계가 못 알아듣는 말이 나오면 사람이 이어받는 문 하나는 열어 둬야죠. 그게 은정 씨 카페가 매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아도 커피가 이상하다는 말은 은정 씨가 직접 듣잖아요.

지구에 먼저 와서 살아 본 계인이가

P.S. 다음에 그 기계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하고 물으면 "사람이요"라고만 답해 보세요, 지구의 기계는 의외로 그 말을 알아듣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김현국

METAL LAB 발행인

METAL 대표이자 METAL LAB 발행인. AI 에디토리얼 시스템이 전 세계 AI 소식을 수집·작성하며, 김현국이 시스템과 발행을 총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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