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어제의 AI를 한 통으로 정리해 보내드립니다메일로 받아보기

METAL LAB

리치 캐피털, '인간 대체 아닌 확장' 내걸고 2650억원 펀드 조성

학습·건강·일 세 영역에 베팅하는 11년 차 임팩트 VC, 6개월 만에 초과 청약으로 펀드V 마감

벽돌벽 앞에서 세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웃고 있다

이미지: TechCrunch Startups

요약

  • 리치 캐피털이 8월 18일 2억65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 펀드V 마감을 발표했다
  • 펀드는 학습·건강·일 세 영역에서 프리시드~시리즈A 스타트업 약 50곳에 100만~1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 리치 캐피털이 투자했던 GPTZero가 지난 6월 슈퍼휴먼(그래멀리)에 인수된 사례가 최근 성과로 꼽힌다
펀드 규모
2억6500만달러(펀드V), 8월 18일 마감 발표
회사 개요
샌프란시스코 소재, 설립 11년 차 임팩트 투자사
투자 조건
체크당 100만~1000만달러, 프리시드~시리즈A, 3년간 약 50개사
이전 펀드
펀드III 1억6500만달러(2021년), 펀드IV 2억1500만달러(2023년)
주요 출자자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 LA 소방·경찰 연금, 레고 재단, 칼리지보드
시장 배경
피치북·NVCA 분석, 올해 5월까지 미국 VC 펀드 자금 620억달러 중 90% 이상을 기존 대형 펀드가 흡수
최근 엑싯
6월 GPTZero, 슈퍼휴먼(그래멀리 소유)에 인수 — 등록 이용자 1900만명, ARR 3000만달러, 누적 모금액 1350만달러

11년 차 임팩트 투자사, 다섯 번째 펀드를 닫다

리치 캐피털(Reach Capital)이 8월 18일 2억6500만달러 규모의 다섯 번째 펀드, 펀드V의 마감을 발표했다. 목표액을 웃도는 초과 청약으로 마감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설립 11년 차를 맞았고, 그동안 에드테크와 임팩트 투자 분야에 집중해온 부티크 벤처캐피털이다.

Reach Capital
리치 캐피털 · TechCrunch

리치 캐피털의 플랫폼 총괄 토니 완은 이번 펀드가 겨냥하는 영역을 학습, 건강, 일(work) 세 가지로 정리했다. 완은 AI가 인간의 번영에 봉사해야지 인간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인간을 대신하는 자동화보다는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는 방향의 AI 애플리케이션에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학습·건강·일, 세 영역에 흩어진 포트폴리오

리치 캐피털이 과거 투자한 회사 목록에는 코딩 툴 리플릿(Replit), 초중고 교사와 학부모를 잇는 클래스도조(ClassDojo), 헬스케어 스타트업 코럴 케어(Coral Care)가 올라 있다. 세 회사는 각각 일, 학습, 건강 영역에 걸쳐 있어 이번 펀드가 내건 세 축과 정확히 겹친다.

수표 크기와 투자 속도

새 펀드는 프리시드 단계부터 시리즈A까지 1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 사이의 수표를 쓴다. 앞으로 3년에 걸쳐 약 50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펀드V를 통해 아직 투자를 집행한 기업은 없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출자자(LP) 명단에는 캐프리콘 인베스트먼트 그룹, 로스앤젤레스 소방·경찰 연금, 레고 재단, 칼리지보드가 이름을 올렸다. 제너럴 파트너 조마이라 헤레라는 이번 펀딩이 6개월이 채 안 걸려 순조롭게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기존 출자자 대다수가 추가 출자를 결정했고 새로운 주요 출자자도 몇 곳 합류했다고 헤레라는 덧붙였다.

'바벨' 모양이 된 벤처 시장에서

이번 펀드 마감이 눈에 띄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벤처 자금 조달 시장이 만들어온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피치북과 미국벤처캐피털협회(NVCA)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미국 VC 펀드가 모은 약 620억달러 가운데 90% 이상을 기존 대형 브랜드 펀드들이 가져갔다. 이름값 있는 대형 펀드와 좁은 영역만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 펀드 양쪽으로 자금이 쏠리고, 그 중간에 낀 제너럴리스트 펀드들만 출자자의 관심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바벨 구조다. 헤레라는 이런 흐름을 특정 섹터에 확신을 갖고 집중하는 부티크 펀드에 대한 출자자들의 관심으로 설명했다.

리치 캐피털은 2021년 펀드III로 1억6500만달러를, 2023년 펀드IV로 2억1500만달러를 모은 바 있다. 매 펀드가 커지면서도 에드테크·임팩트 투자라는 좁은 영역을 벗어나지 않은 셈이다.

최근 엑싯: GPTZero, 그래멀리 품으로

리치 캐피털의 최근 투자 회수 사례로는 지난 6월 그래멀리 소유의 생산성 플랫폼 슈퍼휴먼이 AI 판별 스타트업 GPTZero를 인수한 건이 꼽힌다. 프린스턴대 졸업생 에드워드 티안이 공동 창업한 GPTZero는 등록 이용자 1900만명, 연간 반복 매출 3000만달러를 지금까지 모금한 1350만달러만으로 일궈냈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리치 캐피털 외에도 언콜크 캐피털, 풋워크, 잭 올트먼의 알트 캐피털이 GPTZero에 투자했었다.

에디터의 시선

이번 펀드 마감은 두 가지 신호를 동시에 보낸다. 하나는 AI 투자 광풍 속에서도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다"는 오래된 명제가 여전히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벤처 시장이 실제로 두 극단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픈AI·앤스로픽처럼 프런티어 모델을 만드는 회사에 수십억달러가 몰리는 뉴스와, 리치 캐피털처럼 학습·건강·일이라는 세 단어로 좁힌 부티크 펀드가 초과 청약을 받는 뉴스가 같은 시기에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대형 펀드에 돈을 대던 출자자들이 이 돈이 정확히 어디에 쓰이는지 알고 싶어 하는 흐름과, 좁고 깊게 판 펀드가 그 요구에 답하는 흐름이 겹쳐 있다.

세대 비교를 해보면 더 선명해진다. 2021년 펀드III(1억6500만달러)에서 2023년 펀드IV(2억1500만달러)로, 다시 이번 펀드V(2억6500만달러)로 리치 캐피털은 펀드 규모를 꾸준히 키워왔다. 같은 기간 에드테크 시장 자체는 팬데믹 특수가 꺼지며 위축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걸 감안하면, 시장이 식는데 펀드는 커지는 이 역행은 결국 AI를 붙인 교육·헬스·업무 툴이라는 새 카테고리가 옛 에드테크의 자리를 대체하며 생긴 결과로 읽힌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챙겨볼 대목은 출자자 구성이다. 레고 재단이나 칼리지보드처럼 교육에 이해관계가 있는 기관, 소방·경찰 연금처럼 안정적 장기 수익을 원하는 공적 자금이 나란히 들어왔다. AI 스타트업이 반드시 실리콘밸리식 대형 VC만 바라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도 교육청·공제회·재단 성격의 자금이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모델을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체크 사이즈가 100만1000만달러로 프리시드시리즈A에 한정된 만큼, 이 펀드를 겨냥하려면 매출이나 이용자 지표보다 학습·건강·일 중 어디를 확장하는가라는 이야기를 먼저 정리해야 한다.

앞으로 몇 주 안에는 펀드V의 첫 투자처 발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GPTZero 같은 엑싯 사례가 반복된다면,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 AI라는 좁은 문구가 생각보다 큰 시장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게 증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