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금 오전 7시, 일요일 오전 8시 — AI 뉴스와 용어를 보내드립니다메일로 받아보기

METAL LAB

앤스로픽 이긴 작가의 경고 "무단학습이 작가를 몰아낸다"

15억 달러 합의를 끌어낸 집단소송 원고 찰스 그레이버가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었어요. 권당 3,000달러 보상과 2조 달러 IPO를 나란히 놓고, 무단 학습이 작가를 몰아내면 AI가 배울 글도 사라진다고 경고했어요

이미지: METAL LAB 생성

요약

  • 앤스로픽 저작권 집단소송 원고 3인 중 한 명인 작가 찰스 그레이버가 8월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실었어요. 15억 달러 합의가 최종 승인된 뒤 당사자가 직접 쓴 첫 장문의 글이에요
  • 합의금은 미국 저작권 역사상 최대지만 작가 몫은 권당 약 3,000달러이고 그마저 출판사와 나눠요. 그레이버는 이를 10월 IPO에서 2조 달러 몸값이 거론되는 앤스로픽과 대비하며 "도둑질은 영리한 사업 비용이었다"고 썼어요
  • 그는 무단 학습이 작가 생태계를 무너뜨리면 AI가 학습할 사람의 글 자체가 말라붙는 모델 붕괴로 이어진다며, AI 학습에 라이선스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요구했어요
기고
2026년 8월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The Original Sin of Anthropic's Claude」
필자
찰스 그레이버 — 『굿 너스』 『브레이크스루』 저자, Bartz v. Anthropic 원고
합의
15억 달러 · 대상 약 48만 권 · 권당 약 3,000달러 · 2026년 7월 20일 최종 승인
대비
앤스로픽 10월 IPO 기업가치 2조 달러 이상 거론 (파이낸셜타임스)

원고가 직접 펜을 들었다

앤스로픽 저작권 집단소송(Bartz v. Anthropic)의 원고 3인 중 한 명인 논픽션 작가 찰스 그레이버가 8월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면에 기고문 「앤스로픽 클로드의 원죄(The Original Sin of Anthropic's Claude)」를 실었어요. 미국 저작권 역사상 최대인 15억 달러 합의가 지난달 법원의 최종 승인을 받은 뒤, 소송 당사자가 직접 쓴 첫 장문의 소회예요. 『굿 너스』와 『브레이크스루』를 쓴 그는 두 권을 쓰는 데 약 14년이 걸렸다고 해요.

글의 결론은 승소 선언이 아니에요. 그레이버는 합의로도 문제가 끝나지 않았다며, 무단 학습이 작가 생태계를 무너뜨리면 결국 AI 자신이 학습할 사람의 글이 말라붙는 "AI 기근"이 온다고 경고했어요. 훈련 데이터가 AI 산출물로 오염되며 품질이 무너지는 모델 붕괴(model collapse) 시나리오를, 소송에서 이긴 작가가 AI 회사를 향해 꺼내 든 거예요.

권당 3,000달러와 2조 달러

앤스로픽 저작권 합의 공식 사이트. 청구 마감은 2026년 3월 30일로 이미 지났다.

숫자부터 볼게요. 합의금 15억 달러는 미국 저작권 소송 사상 최대예요. 그런데 대상 저작물이 약 48만 권이라, 변호사 보수와 관리 비용을 떼고 나면 권당 약 3,000달러 수준이고 그마저 기본 배분 규칙상 작가와 출판사가 반씩 나눠요. 14년을 들여 책 두 권을 쓴 그레이버에게는 "인생을 바꿀 돈은 아니"라는 계산이 나와요.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인 불법 다운로드 배상액의 4배라 큰 승리로 평가받지만, 당사자의 체감은 다른 거예요.

기고문이 이 숫자를 나란히 놓는 대상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예요.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0월로 예상되는 앤스로픽 IPO에서 2조 달러 이상의 몸값을 기대하고 있어요. 역대 최대 상장이 되는 규모예요. 그레이버는 이 대비에서 "앤스로픽에 도둑질은 영리한 사업 비용이었다"는 문장을 끌어내요.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편집자가 승인할 만한" 글을 쓰는 AI를 만들려 했고, 그레이버는 다리오 아모데이 CEO가 책을 사서 라이선스하는 "법적·실무적·사업적 수렁"을 피하고 싶어 했다는 판결문 대목을 그 근거로 들어요.

법원은 학습과 도둑질을 갈랐다

2025년 6월 윌리엄 알섭 판사의 공정이용 판결문. 첫 문단이 "한 AI 회사가 인터넷 해적 사이트에서 수백만 권의 저작권 도서를 무료로 내려받았다"로 시작한다.

소송의 경과를 짚어 두면 이래요. 그레이버와 앤드리아 바츠, 커크 월리스 존슨은 2024년 8월 앤스로픽을 제소했어요. 법원 기록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라이브러리 제네시스(LibGen) 같은 해적 사이트에서 700만 권이 넘는 책을 내려받았고, 별도로 중고책을 대량 구매해 제본을 뜯고 스캔해 디지털 서고를 만들었어요.

2025년 6월 윌리엄 알섭 판사는 이 두 행위를 갈랐어요. 합법적으로 구매한 책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것은 "대단히 변형적"인 공정이용이지만, 해적판을 내려받아 보관한 것은 별개의 침해라는 판단이에요. 저작물당 최대 15만 달러의 법정손해배상이 걸린 집단소송으로 커지자, 이론상 수백억 달러의 배상 위험을 안게 된 앤스로픽은 그해 9월 15억 달러 합의를 택했고, 올해 7월 20일 법원이 최종 승인했어요. 알섭 판사가 은퇴해 서명은 아라셀리 마르티네스-올긴 판사가 했어요.

주의할 점은 이 판결이 업계 전체의 면죄부가 아니라는 거예요. 합의로 사건이 끝나면서 항소심의 구속력 있는 선례는 만들어지지 않았고, 같은 법원의 다른 판사는 메타 사건에서 AI 학습을 학생의 배움에 비유하는 논리를 "적절하지 않다"고 일축했어요. 지난달에는 아셰트, 엘스비어 등 대형 출판사들이 제미나이 학습을 문제 삼아 구글을 제소했고, 뉴욕타임스가 오픈AI를 상대로 낸 소송도 진행 중이에요.

작가가 사라지면 AI가 굶는다

기고문의 핵심 논리는 피해자의 호소가 아니라 공급망 경고예요. 그레이버가 인용한 이달 공개 워킹페이퍼는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 아마존에서 팔린 책 1만 4,000여 권을 분석했는데, AI 양산물이 서점을 채우며 독자를 혼란시키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왜곡하는 "시장 희석"이 진행 중이라는 결과가 나왔어요. 전업 작가의 중위 소득이 연 2만 달러 수준인 상황에서 판매 감소가 겹치면 전업 작가부터 사라진다는 거예요.

그다음이 이 글의 반전이에요. 작가가 줄면 사람이 쓴 새 책이 줄고, 그러면 AI는 자기 산출물을 다시 학습하는 복사기의 복사기 신세가 돼요. 그레이버는 이 악순환을 작가와 AI 회사가 함께 피해야 할 미래로 규정하고, AI 학습에 라이선스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요구했어요. 나아가 AI 회사들이 현대판 메디치 가문처럼 인간 작가와 출판사에 투자해 자기 모델이 먹을 양질의 글을 직접 길러야 한다는 제안까지 내놨어요.

에디터의 시선

이 기고문의 힘은 논리의 위치 이동에 있어요. 저작권 논쟁은 지금까지 창작자의 권리 대 기술 발전의 구도였는데, 그레이버는 이를 AI 산업의 원자재 조달 문제로 다시 써요. 도덕이 아니라 공급망으로 말하는 순간, 듣는 쪽이 규제 당국에서 AI 회사의 이사회로 바뀌어요. 2조 달러 몸값의 근거인 모델 품질이 사람의 글이라는 원자재에 달려 있다면, 그 원자재의 재생산 구조를 지키는 비용은 자선이 아니라 설비 투자예요.

한국 시장에는 시차를 두고 같은 질문이 와요. 알섭 판결은 구매한 책의 학습을 공정이용으로 인정했으니, 미국에서 가장 싼 합법 경로는 라이선스 협상이 아니라 중고책 대량 구매와 스캔이 됐어요. 하지만 한국어 코퍼스는 영어보다 훨씬 작고, 그만큼 국내 출판사와 콘텐츠 보유자의 협상력은 상대적으로 커요. 웹소설과 웹툰까지 포함해 한국어 텍스트의 라이선스 시장이 형성될 때, 권당 얼마가 아니라 재학습 주기당 얼마로 가격이 매겨지는지가 진짜 관전 포인트예요. 15억 달러는 그 시장의 첫 호가인 셈이에요.

김현국

METAL LAB 발행인

METAL 대표이자 METAL LAB 발행인. AI 에디토리얼 시스템이 전 세계 AI 소식을 수집·작성하며, 김현국이 시스템과 발행을 총괄합니다.

이 에디터의 기사 더 보기 →

공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