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The Decoder
요약
- JAMA 논평 저자들이 자율 AI가 곧 의사-AI 협진을 능가할 것이라며 규제에 '사람 최종 결정권'을 못박지 말라고 주장했다
- ChatGPT o3는 377건 복잡 사례 중 60%에서 첫 진단을 맞혔지만 내과의 20명 평균은 15.9%에 그쳤고, GPT-4 단독 진단 추론은 92%로 같은 모델을 쓴 의사(76%)보다 높았다
- 저자들은 근거 대부분이 실제 환자 진료가 아닌 시뮬레이션이라는 점, 수술·분만 등 물리적 처치는 당분간 사람 영역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 게재 매체
- 의학저널 JAMA 오피니언
- 주 저자
- 이지키얼 이매뉴얼 — 펜실베이니아대 생명윤리학자, 오바마 건강보험개혁 설계자
- 공동 저자
- 닐 코슬라 — AI 원격의료 업체 Curai Health CEO, 부친 비노드 코슬라는 오픈AI·Curai Health 투자자
- ChatGPT o3 성적
- 복잡 사례 377건 중 60% 첫 진단 정답 (내과의 20명 평균 15.9%)
- GPT-4 실제 환자 사례
- AI 단독 진단추론 92% vs 같은 모델 접근한 의사 76%
- 예측 시점
- 2030년까지 일부 인지 업무에서 자율 AI 실전 배치 가능 전망
- 한계 인정
- 근거 대부분이 단일 과제 시뮬레이션, 실제 환자 진료 데이터 아님
진단 대결에서 나온 숫자부터 보자
복잡한 사례 377건을 놓고 오픈AI의 ChatGPT o3와 내과의 20명이 첫 진단명을 맞히는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o3가 60%, 내과의들은 평균 15.9%였다. 실제 환자 사례를 다룬 다른 연구에서는 GPT-4 단독 진단 추론 정확도가 92%였는데, 같은 모델에 접근할 수 있던 의사들의 점수는 오히려 76%로 떨어졌다. 이 수치들이 의학저널 JAMA에 실린 오피니언의 핵심 근거다.
논평은 누가 썼나
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면 논조가 이해된다. 주 저자 이지키얼 이매뉴얼은 펜실베이니아대 생명윤리학자로, 오바마 행정부의 건강보험개혁(ACA)을 설계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공동 저자 닐 코슬라는 AI 원격의료 업체 Curai Health의 CEO이고, 그의 아버지 비노드 코슬라는 오픈AI와 Curai Health 두 곳 모두에 투자한 인물이다. 저자 두 명이 이 논평이 그리는 미래에서 직접 이득을 볼 처지에 있는 셈이다.
이들의 주장은 미국의사협회(AMA)와 미국내과학회(ACP) 같은 의사단체의 입장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이 단체들은 AI가 의사를 보조하는 데 그쳐야지 대체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아 왔다. 의학교수 로버트 와터는 자신의 책에서 한발 더 나가 AI 단독 진료를 의료의 '이코노미 클래스'라 불렀다. JAMA 논평 저자들은 이 서열을 입증되지 않은 주장으로 보고 두 가지로 반박한다.
다섯 가지 과제에서 AI가 앞선다는 근거
첫 번째 반박은 연구 결과다. 2024년 이후 나온 대다수 연구에서 AI 단독 성능이 병력 청취, 진단, 검사 선택, 지침 기반 치료, 만성질환 관리라는 의료의 다섯 가지 핵심 추론 과제에서 의사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구글의 대화형 시스템 AMIE는 모의 환자 상담에서 거의 모든 항목에서 1차 진료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진단 오케스트레이터는 예산 제약이 걸린 상황에서 의사보다 약 네 배 자주 정답 진단을 찾아내면서 비용은 더 낮았다. 저자들은 반대 결과를 낸 연구 대부분을 최신 모델을 빼고 진행했거나 방법론이 허술하다는 이유로 낡은 것으로 취급했다.
| 비교 대상 | AI 단독 | 사람(또는 사람+AI) |
|---|---|---|
| ChatGPT o3, 복잡 사례 377건 | 60% | 내과의 20명 평균 15.9% |
| GPT-4, 실제 환자 사례 | 92% | 같은 모델 접근한 의사 76% |
체스에서 빌려온 비유
두 번째 반박은 전망이다. 이 글의 진짜 메시지가 여기 있다. 모델은 빠르게 좋아지는 반면, 랜싯에 실린 대장내시경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은 AI를 쓰면서 자신의 기술을 잃어간다고 저자들은 지적한다.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기계가 확실히 앞서는 시점부터는 검증하는 의사가 안전망이 아니라 오류의 원인이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106건의 실험을 모은 메타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더 나을 때는 협업이 도움이 되지만, AI가 더 나을 때는 사람이 잘못된 지점에서 시스템 판단을 뒤집어 결과를 오히려 악화시킨다.
저자들은 체스를 역사적 유사 사례로 든다. 1997년 딥블루가 카스파로프를 이긴 뒤에도 사람-기계 협업 팀이 수년간 우위를 지켰지만, 2017년부터는 AI가 그 협업 팀마저 넘어서기 시작했다. 의료도 같은 경로를 밟는다면, 의사의 최종 결정권을 규정에 못박는 것은 곧 뒤처질 형태의 진료를 고착시키는 셈이라는 게 저자들의 결론이다. 그래서 이들은 2030년까지 일부, 어쩌면 많은 인지적 업무에서 자율 AI가 실전에 준비될 것으로 보고, 책임소재·수가·규제·의학교육을 지금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들도 인정한 한계
다만 저자들 스스로 이 주장의 약점을 인정한다. 거의 모든 근거가 단일 과제를 다룬 시뮬레이션이지 실제 환자 진료 데이터가 아니라는 점, 사람과 모델 사이에서 정보를 넘겨주는 과정 자체가 취약점이라는 점이다.
수술·분만·대장내시경 같은 물리적 처치는 로봇공학이 아직 따라오지 못해 당분간 사람의 영역으로 남는다. 자율 시스템은 환각, 인터넷 장애, 사이버공격처럼 의사가 겪지 않는 방식으로도 실패할 수 있다. 저자들은 이런 위험을 더 높은 정확도와 견줘 저울질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앞서 구글 리서치는 지난 8월 11일 의료 AI 연구 시스템 AMIE에 실시간 오디오-비주얼 진료 상담 능력을 더했다고 밝혔고, 임상 시나리오 100개를 대상으로 한 시뮬레이션 상담에서 전문가 수준 성능을 보였다. 하루 뒤인 8월 12일에는 강화학습 기법 ResidencyRL로 Gemini 3.5 Flash를 훈련시켜 가상 레지던트 수련을 거치게 한 결과가 공개됐는데, 여기서도 정보 수집 완결성 등에서는 우세했지만 환각 없음(12%)·처방 안전성(42%) 항목은 낮게 나왔다. JAMA 논평이 근거로 든 시뮬레이션 성적표들과 같은 결의 데이터가 최근 두 주 사이 연달아 나온 셈이다.
에디터의 시선
이 논평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누가 썼는가'다. 이매뉴얼은 미국 의료정책의 무게추를 옮길 수 있는 인물이고, 코슬라 부자는 이 미래가 현실이 될 때 직접 돈을 버는 쪽에 서 있다. 그렇다고 이들의 데이터가 틀렸다는 뜻은 아니다. o3의 60% 대 15.9%, GPT-4의 92% 대 76%라는 숫자는 재현 가능한 벤치마크에서 나온 것이고, 저자들이 스스로 밝힌 한계 — 시뮬레이션 위주, 실제 환자 데이터 부족 — 도 정직하게 적어 놓았다. 문제는 이해관계와 데이터를 분리해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고, 이 글은 그 분리가 쉽지 않게 쓰여 있다.
체스 비유는 의료계 논쟁에서 앞으로 계속 반복될 것 같다. 딥블루 이후 20년간 사람-기계 협업이 우위를 지켰다는 사실은, 지금 병원에서 벌어지는 'AI 보조' 단계가 영구적인 균형점이 아니라 지나가는 국면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다만 체스와 의료의 결정적 차이는 체스에는 오진으로 사람이 죽는 일이 없다는 점이다. 저자들도 이 차이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 실제 환자 진료 데이터가 없다는 인정이 그 증거다.
실무적으로 국내 병원·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지금 챙길 것은 규제 예단이 아니라 데이터다. 이 논평의 진짜 약점은 시뮬레이션과 실제 진료 사이의 간극이고, 그 간극을 메우는 임상 데이터를 먼저 쌓는 쪽이 다음 규제 논쟁에서 유리한 패를 쥔다. 구글이 두 주 사이 AMIE 오디오-비주얼 확장과 ResidencyRL 훈련 결과를 연달아 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 시뮬레이션 성적표를 먼저 쟁여 두려는 움직임이다.
앞으로 몇 달 안에는 AMA·ACP 같은 의사단체의 공식 반박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고, 이 논쟁은 규제 문구 하나를 놓고 오갈 것이다. '의사의 최종 확인'을 법에 못박을지 말지가 그 문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