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TechCrunch AI
요약
- 바이보다인이 20종의 인체 조직을 배양·투약·모니터링하는 로봇 실험실 HIVE를 통해 AI 신약 개발에 필요한 인체 데이터를 직접 생산한다
- 간세포 독성 예측 94%, 기도 조직 반응 96%, 골수 화학요법 반응 100% 일치 등의 검증 결과를 회사가 제시했다
-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주말 AI의 암 치료 공언이 신뢰보다 클리셰에 가깝다고 썼고, 바이보다인 CEO는 인체실험 없이는 AI가 결국 쥐의 암만 고칠 것이라고 맞섰다
- 회사
- Vivodyne, 2021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스핀아웃, CEO는 Andrei Georgescu
- 핵심 장비
- HIVE — 20종 인체 조직을 배양하고 자율적으로 투약·모니터링하는 모듈형 로봇 실험실
- 정확도 검증
- 간세포 독성 예측 94%, 기도 조직 일치 96%, 골수 화학요법 20종 100% 일치
- 투자
- 코슬라 벤처스 주도로 두 차례에 걸쳐 약 8천만 달러 미만 유치
- 시설
-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세계 최대 인간 데이터센터'라고 자칭하는 시설 개소
- 처리량 주장
- 미국 내 전체 동물실험 대비 2배 처리량 달성
- 업계 통계
- 동물실험을 통과한 신약의 90%가 인체 대상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함
쥐의 암만 고치는 AI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지난 주말 자신이 쓴 글에서 AI가 암을 치료할 것이라는 주장이 신뢰보다 클리셰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도 과거 에세이에서 같은 주장을 편 적이 있고, 샘 올트먼은 오픈AI의 AGI 추진과 대규모 컴퓨팅 투자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암 치료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도 지난해 AI가 10년 안에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성과는 이런 발언들에 미치지 못한다. AI가 설계한 약물 일부가 인체 임상시험 단계까지 갔고 그중 한 건은 대규모 인체시험인 3상까지 진행됐지만, 신약 개발의 진짜 장벽은 지금의 AI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상을 받은 알파폴드(AlphaFold)는 생명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 데 큰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 새로운 약물을 실제로 내놓지는 못했다. 알파폴드를 기반으로 세워진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는 원래 2025년으로 잡았던 첫 임상시험을 올해 말로 미뤘고, 지난 2월 발표에서 진짜 신약 개발에는 생화학적 특성과 상호작용을 폭넓게 아우르는 고정밀 예측 모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봇이 키우는 인체 조직
바이보다인(Vivodyne)은 이 공백을 데이터 문제로 규정한다. 앤드레이 게오르게스쿠(Andrei Georgescu) CEO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생물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21년 이 학교에서 회사를 스핀아웃했다. 회사가 만든 HIVE는 모듈형 로봇 실험실로, 20종의 인체 조직을 배양한 뒤 자율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오늘날 AI 모델을 훈련하는 생물학 데이터는 대부분 동물실험이나 단일 세포·단백질 연구에서 나오는데, 이는 실제 살아 있는 조직의 반응과는 다르다는 것이 회사의 진단이다.
바이보다인은 자사 조직이 실제 인체 장기의 거동과 가깝다는 근거로 다음 수치를 제시했다.
| 조직 | 검증 항목 | 일치·정확도 |
|---|---|---|
| 간세포 | 인체 임상 대비 독성 예측 | 94% |
| 기도 조직 | 실제 인체 조직 반응 일치 | 96% |
| 골수 | 화학요법 20종 반응 일치 | 100% |
제약업계에서는 동물실험을 통과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신약의 90%가 인체 대상 규제 승인을 받지 못한다. 게오르게스쿠는 이를 자동차 충돌시험에 비유하며, 완성차 업체는 대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기준을 통과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시험에 들어가지만 제약회사는 임상시험 앞에서 그런 확신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8천만 달러와 '인간 데이터센터'
바이보다인은 코슬라 벤처스가 주도한 두 차례 투자 라운드에서 약 8천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자금을 모았다. 지난주에는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스스로 '세계 최대 인간 데이터센터'라고 부르는 시설을 열었다. 게오르게스쿠는 이 시설의 처리량이 이미 미국 내 전체 동물실험 처리량의 두 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파트너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여러 대형 제약회사와 협업 중이라고 전했다. 목표는 수천만 달러가 드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에 후보 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더 정확히 가려내 개발 경로를 앞당기는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아는 모델
게오르게스쿠가 그리는 더 큰 목표는 단순한 검증 서비스가 아니다. 그는 HIVE가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인체 생물학을 이해하는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시킬 재료가 될 것으로 본다. 그가 근거로 든 지난달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 게재 논문은 기존 세포 데이터로 생성형 AI 모델을 훈련할 때 명확한 데이터 스케일링 법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였다. 게오르게스쿠는 지금의 모델들이 세포의 정적인 스냅샷만 학습해 'A 상태'와 'B 상태'는 구분하지만 'B 상태가 A 상태에 염증이 생긴 결과'라는 인과관계는 전혀 학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HIVE는 병든 조직에 특정 자극을 가하는 실험을 수십만 건 동시에 추적하고 있다. 게오르게스쿠는 이 데이터가 강화학습 방식으로 축적돼 인체 생물학을 실제로 이해하는 모델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체실험 없이 이 모델들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쥐의 암만 고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경로를 동시에 겨냥하는 복합 치료제가 필요해질수록 탐색해야 할 조합의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를 먼저 알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에디터의 시선
AI 신약 개발 담론은 지난 몇 년간 '모델이 좋아지면 신약도 나온다'는 전제 위에 서 있었다. 바이보다인의 주장은 그 전제 자체를 흔든다 — 모델이 아니라 모델이 먹는 데이터가 틀렸다는 것이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알파폴드 이후 업계가 실제로 부딪힌 벽이다. 노벨상을 받은 모델이 있어도 아이소모픽 랩스의 첫 임상은 1년 이상 늦어졌고, 그 사이 아모데이·올트먼·하사비스가 던진 '10년 안에 질병 정복' 같은 발언들은 구체적 결과 없이 쌓여만 갔다.
이 구도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바이보다인이 AI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 회사를 자처한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신약 개발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우리 모델이 더 정확하다'는 경쟁을 벌였는데, 바이보다인은 그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본다. 동물실험 데이터로 훈련된 모델이 아무리 좋아져도 인체 반응을 예측하지 못하면 임상 3상 앞에서 90%가 떨어져 나가는 구조는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이건 컴퓨팅을 더 태우면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 실험 인프라 자체를 바꿔야 풀리는 문제라서, 오픈AI·앤스로픽식 '더 큰 모델' 전략과는 다른 결의 베팅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이 흐름에서 챙겨야 할 실무 교훈은 명확하다. AI 신약 파이프라인에 투자할 때 모델 성능 지표보다 그 모델이 어떤 데이터로 훈련됐는지, 그 데이터가 동물실험인지 실제 인체 조직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8천만 달러 규모의 초기 투자로 로봇 실험실을 짓는 방식이 국내에서 당장 재현 가능하진 않겠지만, 위탁 임상시험 전 단계에서 인체 유사 조직 데이터를 확보한 파트너와의 협업은 지금도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주목할 지점은 바이보다인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여러 대형 제약회사' 파트너십의 결과물이 실제 임상 후보 물질로 이어지는지다. 그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번 발표도 아이소모픽 랩스의 '연기된 임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자리에 머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