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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설계 신약, 노화 시계 6개서 '3년 젊어져'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로 설계한 폐섬유증 치료제 렌토서팁을 12주 복용한 환자들의 생물학적 나이가 노화 시계 여섯 개 모두에서 낮아졌고, 많게는 3년 넘게 젊어졌어요. 약을 만든 것도 AI, 효과를 잰 것도 AI인데, 이 숫자를 얼마나 믿어도 될까요.

AI 설계 신약, 노화 시계 6개서 '3년 젊어져' · Image: METAL LAB

이미지: METAL AI 생성

요약

  • 인실리코 메디슨이 AI로 설계한 IPF 치료제 렌토서팁의 2a상 데이터를 여섯 가지 단백질 노화 시계로 분석한 논문을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했어요.
  • 단백질 분석 대상 42명에서 여섯 시계 모두 투약군의 예측 나이가 낮아졌고, 위약 대비 54개 비교 중 21개가 유의미했으며 효과는 4주 차에 몰렸어요. 60mg 하루 한 번 군은 4주 차에 시계 네 개가 2.71~3.46년 젊어졌다고 계산했어요.
  • 표본이 작고 IPF 환자만 대상이라 건강한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질병 임상에서 노화 지표를 동시에 재는 설계가 앞으로 표준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와요.

AI 설계 신약, 노화 시계 6개서 '3년 젊어져'폐 질환 치료제를 시험하다가 뜻밖의 숫자를 발견한 회사가 있어요. AI로 신약을 설계하는 인실리코 메디슨(Insilico Medicine)이 7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낸 논문인데요, 자기들이 AI로 설계한 약 렌토서팁(rentosertib)을 12주 복용한 환자들의 혈액을 여섯 가지 노화 시계로 재 봤더니 예측 나이가 줄어 있었다는 내용이에요. 뉴욕타임스가 같은 날 이 연구를 AI로 만든 약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초기 데이터라고 보도하면서 화제가 됐고요.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해예요. 인실리코는 특발성 폐섬유증(IPF) 환자를 대상으로 렌토서팁의 2a상 임상을 했고, 폐 안의 공기 용량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결과를 얻었어요. IPF는 폐의 알츠하이머라고도 불리는 병인데요, 폐 조직이 두꺼워지고 흉터가 생겨 산소를 혈액으로 넘기는 힘이 떨어지고, 몇 년 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성 질환이에요. 그 임상은 원래 폐를 고치려고 한 시험이었죠.

그런데 인실리코는 처음부터 한 가지를 더 심어 뒀어요. 알렉스 자보론코프 CEO는 뉴욕타임스에 이 약을 "환자의 수명을 전반적으로 늘리려는 목적도 갖고" 설계했다고 말했는데요, 그래서 폐 검사와는 별도로 투약 전후 환자의 혈액에서 단백질을 재 두었던 거예요. 논문에 따르면 임상에 등록된 71명 가운데 단백질 분석에 동의한 42명의 혈청에서 2,841개 단백질을 측정했고, 그 데이터를 여섯 개의 노화 시계에 넣었어요.

흰 실험대 위 시험관 랙에 꽂힌 혈청 시료
이미지: METAL AI 생성

노화 시계는 이 기사에서 가장 낯선 말일 텐데요, 자동차 정비소의 검사 장비를 떠올리면 쉬워요. 주행거리계가 몇 년 탔는지를 알려 준다면, 정비사는 엔진 소리와 타이어 마모를 보고 이 차가 실제로 얼마나 늙었는지를 따로 판단하잖아요. 노화 시계는 사람의 혈액 속 단백질 수치를 보고 세포와 장기가 실제로 얼마나 늙었는지, 즉 생물학적 나이를 예측하는 AI 모델이에요. 주민등록상 나이가 아니라 몸이 말하는 나이인 셈이죠.

인실리코가 쓴 여섯 시계는 ProtAge, OrganAge 두 종류, PAC, ipfP3GPT, PAOPAC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데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을 읽어 다른 예측을 내놓아요. 그런데 12주 시험 기간 동안 여섯 시계 모두에서 투약군의 예측 나이가 시작점보다 낮아졌고, 위약군은 거의 변화가 없거나 살짝 올라갔어요. 위약과 비교한 54개 비교 가운데 21개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고 특히 4주 차에 몰렸는데요, 60mg을 하루 한 번 복용한 군에서는 4주 차에 네 개의 시계가 2.71년에서 3.46년 젊어졌다고 계산했어요. 여섯 시계 전부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는 게 이 연구가 우연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예요.

이 시계 가운데 하나를 만든 하버드 의대의 바딤 글라디셰프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예측된 생물학적 나이를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명확하게 보여 주는 첫 연구"라고 말했어요. 그가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는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겠지만, 노화 시계 분야에서 이 정도 표현이 나온 건 드문 일이에요.

약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짚고 갈 만해요. 인실리코는 2014년 설립 때부터 신경망으로 신약 발굴을 하려던 초기 회사 중 하나인데요, 첫 번째 AI는 수천 명의 의료 기록과 혈액검사, 논문을 학습해 어떤 단백질이 병을 일으키는지를 찾아요. 두 번째 AI는 그 단백질의 물리적 모양과 결합 방식을 학습해 거기에 달라붙어 작동을 막는 새 분자를 처음부터 생성하고요. 자보론코프 CEO는 이를 "자물쇠를 스캔해서 거기 맞는 열쇠를 만드는 것"에 비유했어요. 렌토서팁의 자물쇠는 TNIK이라는 효소이고, 그 열쇠의 분자 구조는 사람이 아니라 AI가 그렸어요.

흰 탁자 위에 나란히 놓인 놋쇠 자물쇠와 열쇠
이미지: METAL AI 생성

그러니까 이 연구에는 AI가 두 번 등장해요. 약을 설계한 AI와, 그 약의 효과를 잰 AI예요. 챗GPT나 미드저니를 움직이는 것과 같은 계열의 기술이 병원 밖 신약 실험실까지 들어온 이정표라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는데요, 저희가 보기엔 재는 쪽이 더 흥미로워요. 지금까지 노화를 늦추는 약을 시험하려면 사람이 실제로 더 오래 사는지를 수십 년 지켜봐야 했거든요. 노화 시계는 그 기다림을 12주짜리 혈액검사로 바꿔 보겠다는 제안이에요.

물론 이 결과를 노화 치료제가 나왔다고 읽으면 안 돼요. 표본이 40명 남짓이고, 시험 대상은 전부 IPF 환자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같은 효과가 나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글라디셰프 교수 본인도 표본이 작고 노화 시계가 늘 믿을 만한 건 아니라며 결론을 내리기엔 한참 부족하다고 인정했고요. 심장 전문의이자 책 슈퍼 에이저스의 저자인 에릭 토폴은 "고무적으로 보이지만 최종 판단을 내릴 결정적 시험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어요. 렌토서팁이 IPF 치료제로라도 규제 승인을 받으려면 여전히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그런데도 이 논문이 주목받는 이유는 결과보다 방법에 있어요. 텔아비브대의 장수 의학 교수 에블린 비쇼프는 "이런 방법들은 앞으로의 시험에서 우리가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질병 치료제 임상을 하면서 혈액 몇 방울로 노화 지표까지 동시에 재는 설계가 앞으로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에요. 논문 제목 자체가 동시 노화 방지 평가를 뒷받침한다는 말로 끝나는 것도 그래서예요.

AI 신약 회사가 우리 약이 노화도 늦춘다고 말하는 장면은 앞으로 점점 자주 보게 될 거예요. 그때 볼 것은 딱 두 가지예요. 어떤 시계로 쟀는지, 그리고 아픈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같은 숫자가 나왔는지. 인실리코는 그 첫 번째 질문에 여섯 개의 시계로 답했고, 두 번째 질문을 업계 전체의 숙제로 남겼어요. 노화를 측정 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시작됐다는 점만큼은 분명해요.AI 설계 신약, 노화 시계 6개서 '3년 젊어져'

김현국

METAL 발행인 · 아카이브저널 발행인 · 이라선 운영

매거진·서점·교육을 오래 해 온 편집자예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아카이브저널>을 발행하고, 아트 서점 <이라선>을 운영했으며, 라이카 아카데미에서 디렉터로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끌었어요. 그 시선으로 전 세계 AI 소식을 독자에게 전하는 메탈(METAL) 매거진 편집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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