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L

델, AI서버 주문 609억달러로 분기 기록 세웠다

기업들이 AI를 클라우드에서 자체 서버로 옮기는 온프레미스 전환에서 델이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어요

회사 탕비실에 택배 상자가 쌓인 가운데 한 직원이 정수기 물통을 교체하려 애쓰고, 옆에서는 동료가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는 모습을 강한 플래시로 촬영한 다큐멘터리풍 사진. · Image: METAL

이미지: METAL AI 생성

요약

  • 델 테크놀로지스 분기 매출이 전년비 58% 늘어난 470억달러, 조정 EPS는 7.04달러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어요
  • 단일 분기 AI서버 주문이 6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백로그도 95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어요
  • 기업들이 AI를 하이퍼스케일러 클라우드 대신 자체 서버로 옮기는 온프레미스 전환이 델의 실적으로 확인됐어요
분기 매출
470억달러 (전년비 58% 증가)
조정 EPS
7.04달러 (시장 예상 약 4.90달러 상회)
AI서버 주문
단일 분기 609억달러, 역대 최대
백로그
950억달러, 사상 최고
연간 전망 상향
250억달러 상향, 1920억달러(전년비 약 70% 성장)
인프라 영업이익률
620bp 확대해 15% (모건스탠리 '전례 없다' 평가)
AI 엔터프라이즈 고객
6500개 이상, 최근 3분기 3300개 추가
전통서버·스토리지 성장률
전통서버 122%, 스토리지 26% 증가

델 테크놀로지스가 지난주 공개한 실적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늘어난 470억달러를 기록했어요. 조정 주당순이익은 7.04달러로 시장이 예상했던 4.90달러 안팎을 크게 웃돌았고요. 단일 분기 AI서버 주문이 609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백로그도 950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남기며 분기를 마감했어요. 델은 이 기세를 반영해 연간 매출 전망을 250억달러 올려 1920억달러로 잡았는데, 전년 대비 약 70% 성장에 해당하는 수치예요.

흩어진 기업들 무리에서 두 갈래 화살표가 뻗어 있다. 하나는 점선으로 기존의 클라우드 원을 향하며 관계가 옅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굵은 실선으로 델을 뜻하는 두꺼운 테두리 원을 향해 확고하게 이어진다. 기업들이 빌려 쓰던 클라우드를 떠나 자체 서버, 즉 델의 장비로 옮겨가는 흐름을 나타낸다.흩어진 기업들 무리에서 두 갈래 화살표가 뻗어 있다. 하나는 점선으로 기존의 클라우드 원을 향하며 관계가 옅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굵은 실선으로 델을 뜻하는 두꺼운 테두리 원을 향해 확고하게 이어진다. 기업들이 빌려 쓰던 클라우드를 떠나 자체 서버, 즉 델의 장비로 옮겨가는 흐름을 나타낸다.
이미지: METAL AI 생성

풀어서 설명하면, 이번 실적이 보여준 진짜 흐름은 기업들이 AI를 돌리는 장소를 바꾸고 있다는 거예요. 그동안 회사들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서버를 빌려 AI를 훈련하고 돌렸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 작업을 자기 건물 안, 자기가 사서 소유한 서버로 옮기고 있어요. 이걸 온프레미스라고 부르고, 델은 바로 이 온프레미스 서버를 만들어 파는 회사예요.

시장이 그동안 델을 보는 시선은 박했어요. 델을 부품이나 조립하는 레거시 PC 제조사로 취급했고, 그래서 다른 AI 관련 기업들보다 낮은 주가 배수, 심지어 S&P500 평균보다도 낮은 배수로 거래됐어요. 하지만 이번 실적은 그 회의적 시선이 숫자로 반박됐다는 걸 보여줬어요. AI 인프라를 실제로 물리적으로 굴리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를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업 양쪽에 공급하는 회사가 바로 델이었거든요.

기업들이 AI를 집으로 데려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돼요. 첫째는 데이터예요. 계약서, 환자 차트, 원격 측정값 같은 기업의 민감한 데이터는 이미 자사 서버에 있는데, 이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는 것보다 AI를 데이터가 있는 곳으로 데려오는 쪽이 더 싸고 빠르고 안전해요. 둘째는 통제력이에요. 은행, 병원, 방위산업체, 정부 기관은 민감한 데이터가 건물이나 국경 밖으로 나가는 걸 꺼려하죠. 마이클 델은 지난 5월 데이터, 비용, 보안, 지적재산, 속도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게 진짜 위험이라고 말한 바 있어요. 셋째는 비용이에요. 모델을 훈련하는 건 짧게 빌려 쓸 수 있지만, AI 에이전트를 24시간 돌리는 건 다른 문제예요. 계속 빌려 쓰면 오히려 더 비싸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자기 소유의 서버를 놓는 쪽을 택하고 있어요.

델, AI서버 주문 609억달러로 분기 기록 세웠다
이미지: Fortune

아마존 CEO 앤디 재시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글로벌 IT 지출의 85%는 여전히 온프레미스에 있다"고 말했어요. 클라우드가 대세처럼 보이지만 실제 기업 데이터 대부분은 여전히 자체 서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고, 그 데이터를 AI로 경쟁력 있게 바꾸려는 수요가 델의 주문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에요.

AI 에이전트는 사람과 달리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쉬지 않고 일하는데, 일할 때마다 저장하고 지켜야 할 데이터가 계속 쌓여요. 이 순환 구조 덕분에 델의 AI 엔터프라이즈 고객은 6500개를 넘겼고, 그중 3300개는 최근 세 분기 사이에 새로 생겼어요. 전통 서버 매출은 122%, 스토리지 매출은 26% 늘었고요. 인프라 부문 영업이익률도 620bp 확대돼 15%를 기록했는데, 모건스탠리는 이를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어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킹, PC, 서비스까지 한 회사가 함께 팔고 부품도 함께 사들이는 구조 덕분에, 메모리 품귀 시기에도 델은 다른 경쟁사보다 유리한 구매력을 확보했어요.

델, AI서버 주문 609억달러로 분기 기록 세웠다
이미지: Fortune

델은 1984년, 열아홉 살이던 마이클 델이 대학 기숙사 방에서 시작한 회사예요. 2013년에는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과 회사를 비공개화하는 문제로 맞붙었는데, 델은 결국 승리했고 이후 2016년에는 670억달러를 들여 EMC를 인수했어요. 이는 기술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였고, 기업들이 인프라를 빌리기보다 소유하고 싶어할 거라는 델의 판단이 걸린 베팅이었어요.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지금, 그 판단은 온프레미스 AI 전환이라는 형태로 현실이 됐어요.

델과 같은 시대에 출발한 경쟁사들은 대부분 사라졌어요. 2000년 세계 최대 PC업체였던 컴팩은 매출 420억달러 규모였는데 HP에 흡수됐다가 그 HP마저 네 개 회사로 쪼개졌고요. 디지털이퀴프먼트도 비슷한 길을 걸었고, 한때 델보다 몸집이 컸던 데이터제너럴은 1999년 EMC에 팔렸다가 2016년 그 EMC를 델이 통째로 사들이면서 결국 델 소속이 됐어요. 델은 경쟁자보다 오래 버틴 정도가 아니라, 일부는 아예 사들여 버린 셈이에요.

이렇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마이클 델이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회사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해온 것도 있어요. 경쟁사들이 시대 변화에 발목 잡혀 있는 동안, 델은 지배구조 덕분에 사업 라인을 계속 갈아탈 수 있었던 셈이에요.

결국 이번 실적이 확인해준 건 하나예요. 델을 여전히 서버 조립업체로 보는 시선은 이제 숫자로 반박됐고, 기업들이 AI를 클라우드에서 자기 건물 안으로 옮기는 흐름의 한복판에 델이 서 있다는 사실이에요. AI 훈련은 잠깐 빌려 쓰고 끝날 수 있지만, 에이전트를 24시간 돌리는 시대에는 자기 서버를 갖는 쪽이 결국 더 싸다는 계산이 기업들 사이에서 굳어지고 있고, 그 계산이 델의 주문서를 계속 채우고 있어요.

김현국

METAL 발행인 · 아카이브저널 발행인 · 이라선 운영

매거진·서점·교육을 오래 해 온 편집자예요.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아카이브저널>을 발행하고, 아트 서점 <이라선>을 운영했으며, 라이카 아카데미에서 디렉터로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끌었어요. 그 시선으로 전 세계 AI 소식을 독자에게 전하는 메탈(METAL) 매거진 편집장입니다.

이 에디터의 기사 더 보기 →

공유

댓글